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소설가와 아젤라스트 사이에 평화란 불가능합니다. 한 번도 신의 웃음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아젤라스트들은 진리란 명확하고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생각해야 하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존재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한 개인이 되는 것은 진리의 명증성과 다른 사람들의 일치된 동의를 상실함으로써입니다. 소설이란 개인들의 상상적인 낙원입니다. 그것은 아무도, 안나도 카레닌도 그 누구도 진리의 소유자가 아닌 영역이며, 그러면서도 모두가, 안나도 카레닌도 이해될 수 있는 자격을 지니는 영역입니다.
- P2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합리적인 체계는 정치적 생활까지도 지배한다. 공산주의 러시아는 지난 세계 대전에서도 상징의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가치를 열망하면서도 그것들을 분별할 수 없는 에슈 같은 인물들로 구성된 거대한 군대는 최소한 반세기 동안만큼은 선과 악의 상징을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유럽인들의 의식 속에서 집단 수용소는 결코 나치즘과 같은 절대적 악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월남전에 대해서는 집단적이고 자발적으로 항의했던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베트남, 식민주의, 인종차별주회, 제국주의, 파시즘, 나치즘 같은 단어들은 마치 보들레르의 시에서 색채와 소리가 서로 화답하듯 같은 울림을 갖는다. 반면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은, 말하자면 상징적 벙어리인 셈이고 절대적 악의 마술적 테두리 바깥, 상징의 간헐천 바깥에 있는 것이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현상의 상대성과 애매성에 기초한 이 세계의 모델인 소설은 전체주의적 세계와는 양립할 수 없다. (...) 이것은 정치,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존재론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유일한 진리 위에 기초한 세계와 소설의 애매하고 상대적인 세계는 각기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전체주의적인 진리는 상대성과 의혹과 질문을 제거하고, 따라서 그것은 내가 소설의 정신이라 부르는 것과 어울리지 못한다. - P27

세계가 덫으로 바뀌는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1914년의, 이른바 (역사상 최초의) 세계 대전이었을 거예요. 사실은 가짜 세계 대전이죠. 그 전쟁은 유럽에만 국한되었고 그나마 유럽도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세계적‘이라는 형용사는, 이제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더 이상 국지적일 수 없다는 사실, 모든 재앙은 전세계에 파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 따라서 우리는 점점 더 외부에 의해,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고 또 점점 우리를 서로 닮아 가게끔 만드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리라는 사실 앞에서의 공포감을 한층 더 웅변적으로 표현해 주죠.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인주의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상업적-자본주의적 개인주의만이 있을 뿐이죠.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중의 형성이 절실합니다. 개인주의는 사회주의-넓고 느슨한 의미-를 전제합니다. 왜냐하면 사회 정의를 비롯해 사회적인 차원이 건강해야 그 안에 개개인의 의미도 살아나기 때문이죠. 역으로 개인주의가 전제되지 않는 사회주의는 전체주의에 불과합니다. - P5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크라테스의 변명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아카넷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도 죽음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이 심지어 인간에게 생길 수 있는 모든 좋은 것들 가운데 최대로 좋은 것인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그들은 그것이 나쁜 것들 가운데 최대로 나쁜 것임을 마치 잘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을 무서워하니까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그 비난받을 만한 무지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