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인 체계는 정치적 생활까지도 지배한다. 공산주의 러시아는 지난 세계 대전에서도 상징의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가치를 열망하면서도 그것들을 분별할 수 없는 에슈 같은 인물들로 구성된 거대한 군대는 최소한 반세기 동안만큼은 선과 악의 상징을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유럽인들의 의식 속에서 집단 수용소는 결코 나치즘과 같은 절대적 악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월남전에 대해서는 집단적이고 자발적으로 항의했던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베트남, 식민주의, 인종차별주회, 제국주의, 파시즘, 나치즘 같은 단어들은 마치 보들레르의 시에서 색채와 소리가 서로 화답하듯 같은 울림을 갖는다. 반면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은, 말하자면 상징적 벙어리인 셈이고 절대적 악의 마술적 테두리 바깥, 상징의 간헐천 바깥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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