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와 역사 - 경험의 파괴와 역사의 근원 What's Up 8
조르조 아감벤 지음, 조효원 옮김 / 새물결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사례 하나:


원문: Abbiamo visto, infatti, che tutto ciò che appartiene al gioco, ha appartenuto un tempo alla sfera del sacro. Ma questo non esaurisce la sfera del gioco. Gli uomini continuano, infatti, a inventare giochi e si può giocare anche con ciò che ha appartenuto, un tempo, alla sfera pratico-economica. Uno sguardo al mondo dei giocattoli mostra che i bambini, questi robivecchi dell’umanità, giocano con qualunque anticaglia capiti loro fra le mani e che il gioco conserva così oggetti e comportamenti profani che non esistono più. Tutto ciò che è vecchio, indipendentemente dalla sua origine sacrale, è suscettibile di diventare giocatto.


영역본: We have seen that everything pertaining to play once pertained to the realm of the sacred. But this does not exhaust the realm of play. Indeed, human beings keep on inventing games, and it is also possible to play with what once pertained to the practical-economic sphere. A look at the world of toys shows that children, humanity’s little scrap-dealers, will play with whatever junk comes their way, and that play thereby preserves profane objects and behaviour that have ceased to exist. Everything which is old, independent of its sacred origins, is liable to become a toy.


새물결: 우리는 놀이에 속하는 것이 모두 한때 성스러움의 영역에 속해 있었음을 보았다. 하지만 성스러움이 놀이의 영역으로 와서 모조리 소진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들은 항상 거듭해서 놀이를 발명해낼 뿐 아니라, 예전에는 실용적·경제적 영역에 속해 있던 것들을 갖고서도 놀 수 있는 것 이다. 장난감 나라에 시선을 던져 보면, 인류의 찌꺼기와도 같은 이 아이들이 제 손에 주어진 낡은 고물들을 갖고서도 얼마든지 잘 논다는 사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놀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속된 대상들과 행동방식들을 보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낡은 것은, 제아무리 성스러운 근원을 가지는 것이라 해도, 장난감이 될 수 있다.(135p.)


2번째 문장, "Ma questo non esaurisce la sfera del gioco"에서 주어는 "questo", 앞 문장 전체, 놀이에 속하는 것이 한때 성스러운 영역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문장의 의미는 그 사실이 놀이의 영역을 다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인식론적 주장이다. 그런데 국역본은 "성스러움이 놀이의 영역으로 와서 모조리 소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옮겨, 주어를 성스러움(il sacro)으로 바꾸고 방향도 뒤집으며, 생뚱맞은 존재론적 주장으로 탈바꿈했다.


4번째 문장, "robivecchi dell'umanità"에서 robivecchi는 고물상을 뜻하며 아이들이 인류의 고물상이라는 메타포, 즉 아이들이 손에 잡히는 낡은 것들을 가지고 노는 능동적인 행위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역본은 "인류의 찌꺼기와도 같은 이 아이들"이라고 옮겨 메타포와 논점 모두를 훼손한다.


마지막 문장, "indipendentemente dalla sua origine sacrale"는 그것이 성스러운 기원을 가졌든 아니든 무관하게, 즉 기원의 성격과 무관하게 오래된 것은 모두 장난감이 될 수 있음을 가리킨다. 그런데 국역본에서는 "제아무리 성스러운 근원을 가지는 것이라 해도"라고 옮기며 아감벤의 렌즈를 성스러운 기원을 가진 사물로 왜곡한다.




영역본이라도 참고를 하면 어땠을까. 전면개정판이 나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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