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그의 이성과 감수성으로 단단히 지어올린 논리 작용을 통해 합리성이나 좋은 감수성이라곤 궁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거부하게 되었다는 믿음 속에서 살아왔지만, 아무리 그런 논리로 여전히 그들을 재고 비난할 수 있다 해도, 하지만 지금은 헤트베세르 골목에서 바로샤즈 시청 거리의 죽은 듯한 침묵 속으로 걸음을 옮기며, 어쩔 수 없이 그의 모든 투명한 생각과 이른바 ‘평정한 추론 법칙‘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은 여기서 다 허사였다고 자인해야만 했다. - P222

그가 생각해낸 구절들은 세상에 대한 자랑스러운 우위를 확립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낭패를 당했다. 단어의 뜻은 다되어가는 손전등 불빛처럼 희미해졌고, 결과적으로 단어의 뜻으로 귀착할 수 있었던 대상들은 다 낡아버린 오십 년 남짓한 세월의 무게 아래 으스러졌고, 모든 냉철한 단어와 모든 냉철한 생각이, 어지럽게 의미를 잃어버린 결과를 맞아, 있을 법하지 않은 그랑기뇰 무대 장치의 덫에 못 이기고 무너졌다. - P223

그런 세상을 향해, 그 속에 ‘처럼‘과 ‘마치‘ 같은 비유로 내뱉는 서술들은 신랄한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세상이여, 그 속에 든 모험가들은 무지나 반대 때문이 아니라 거기 맞지 않기에 뭇 일들처럼 아마 휩쓸려 가버릴 텅 빈 제국이여, 그러하노니, 이런 ‘현실‘들이여, 그대는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노라, 에스테르는 몸서리쳐지는 혐오감과 구역질로 마음속에 적어 내려갔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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