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묘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말했다.
"인간의 공포에 대한 내 이론도 묘연한 건 확실하구요. 자기모습을 상상해봐요. 잭, 너무도 가정적이고 늘 앉아서 지내는 당신이 어쩌다 깊은 숲속을 걷고 있는 모습을요. 그러다문득 뭔가가 눈에 들어와요. 그게 뭔지 다른 건 알지 못하는상태에서, 이게 아주 커다란 것이고 당신의 일상적인 참조틀에는 없는 것이란 걸 알게 돼요. 세계관에 오점 하나가 나타난 거예요. 그것이 여기 없거나 선생님이 없어야 하는 거죠. 이제 그것의 전모가 드러나요. 그건 바로 북미산 회색곰이에요. 엄청나게 크고 빛나는 갈색의 곰이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와요. 훤히 드러난 어금니에선 진액이 뚝뚝 듣고 있어요. 잭, 당신은 야생에서 이렇게 큰 동물을 본 적이 없어요.
이 회색곰과의 만남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기이해서 자신에대한 새로운 감각을, 자아에 대한 신선한 인식을 부여한답니다. 특이하고도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한 자아에 관해서 말이죠. 새롭고도 강렬하게 자신을 보게 돼요.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겁니다. 당신은 자신이 갈가리 찢기게 될 상황을당해서 정신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뒷발로 선 그 짐승 때문에 당신은 난생 처음으로 친숙한 환경 바깥에서, 홀로, 뚜렷이, 온전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우리가 이 복잡한 과정에 붙인 이름이 바로 공포예요."
"공포란 더 높은 단계까지 상승된 자기인식이라 이거군요."
"그래요, 잭."
"그럼 죽음은요?" 내가 말했다.
"자아, 자아 그 자체죠. 만약 죽음을 그렇게 이상하거나 그렇게 근거없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죽음과 관련된당신 자아에 관한 감각도 줄어들 거예요. 당신의 공포도 사그라질 거구요."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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