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판단을 중지한다는 것, 그것은 소설의 부도덕이 아니라 바로 소설의 도덕이다. 즉각적으로, 끊임없이 판단을 하려 드는, 이해하기에 앞서 대뜸 판단해 버리려고 하는 뿌리 뽑을 수 없는 인간 행위에 대립하는 도덕 말이다. 이 맹렬한 판단 성향은 소설의 지혜라는 관점에서 보면 더없이 고약한 어리석음이요 다른 무엇보다 해로운 악이다. 소설가가 도덕적 판단의 정당성을 절대적으로 반대해서가 아니다. 다만 소설가는 그것을 소설 저 너머로 보내 버린다. 거기에서 여러분이 파뉘르주를 비겁하다고 비난하든, 에마 보바리를 비난하든,
라스티냐크를 비난하는 그건 여러분의 일이다. 그것까지야소설가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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