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골든타임
이홍주 지음 / 초목서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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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갱년기를 겪는 아내를 보면서도, 정작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했던 적이 많다. ˝그냥 더 잘해줘야지˝ 정도의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단편적인 정보들 대신, 예방의학 및 산부인과 전문의가 한국 여성의 몸과 생활에 맞춰 과학적 근거로 풀어낸 안내서라니 더 믿음이 간다. 갱년기를 그저 견뎌야 할 시기가 아니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아내나 어머니의 변화를 이해하고 곁에서 제대로 함께해주고 싶은 남성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막연한 걱정 대신 정확한 정보로 가족의 이 시기를 함께 통과하고 싶어 골든타임이라는 제목처럼 더 늦기 전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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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ㅣ 그늘 단편선 5
백수연 지음 / 그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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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고 얇은 책이 꽤 묵직한 질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늘 단편선의 다섯 번째 책으로, 백수연 작가가 세 편의 단편을 통해 묻는 건 하나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정말로 지나온 걸까, 아니면 여전히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걸까.


표제작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은 열두 살 같은 반이었던 희민과 하영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이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초등학교 오 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어떤 사건이 자꾸만 끼어든다. 말대꾸하지 않아야 착한 아이라는 강압 속에서 함묵증을 앓았던 희민, 신앙의 힘으로만 병을 견뎌야 한다고 믿는 이단 목사의 딸로 자라 의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하영. 이 둘이 어른이 되어서도 끝내 마주해야 했던 건 결국 자기 존재의 본질이었다. 담임이 쓰러진 사건, 도넛을 빼앗긴 아이, 그리고 오랜 시간 뒤 의문의 손님이 건넨 오르골까지 —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백설공주와 마녀 이야기」는 대학 시절부터 가까웠던 현선을 향한 경화의 감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좋은 집에서 구김 없이 자란 현선과, 가난을 물려받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경화. 비교와 수치심이 가정과 자녀에게 투영되어 폭발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경화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는 건조하게 납작해진 부부, 은주와 용진의 이야기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할까 — 이 질문 하나가 용진의 동창 혜진을 통해 점점 확장되고, 은주가 의식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던 관계의 문제를 뾰족하게 짚어낸다.


세 편 모두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다루지만, 백수연 작가는 그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세밀한 균열을 포착해낸다. 멀리서 보면 아무렇지 않았을 일들이, 작가의 시선 안에서는 하염없이 확대되고 진지해진다. 특히 세 편 모두에 어린아이가 등장한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그 아이들의 모습이 결국 지금 어른이 된 우리의 그림자처럼 겹쳐 보인다.


122쪽이라는 분량은 짧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에 오래 남는 무게감이 있다.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시 펼쳐 보게 만드는 이야기들. 어린 시절의 경험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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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는 생각에는 틀이 있다 - 감각을 논리로 직감을 성과로 바꾸는 인사이트
사토 마키.아사미 아야카 지음, 조사연 옮김 / 알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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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센스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하게 부러웠습니다. 노력으로 닿을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그 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센스란 재능이 아니라 따라할 수 있는 '틀'이라는 것. 세계적 광고 대행사 덴츠에서 활동해온 저자들의 말이라 더 신뢰가 갔습니다.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업계 사람들이니까요.


이 책의 핵심은 '인사이트'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흔히 인사이트는 특별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만 발견하는 무언가로 여겨지지만, 저자들은 이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고 과정으로 분해합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출세어 모델'이라는 5단계 사고법인데, 사람들의 표면적인 말과 행동 너머에 있는 진짜 욕구와 본심을 단계적으로 추적해가는 방식입니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장면은 회의실이었습니다. 같은 자료, 같은 인터뷰 결과를 보고도 누군가는 평범한 결론에 머물고, 누군가는 모두가 놓친 지점을 짚어냅니다. 그 차이가 운이나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사고의 '경로' 차이였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마케팅·광고 실무자를 위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적용 범위가 넓어집니다. 기획서를 쓰는 사람,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모든 직장인에게 유효한 사고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책은 마케팅/브랜드 카테고리뿐 아니라 자기계발의 '기획' 분야에도 함께 분류되어 있는데, 그만큼 업종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생각의 설계도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센스와 논리를 대립 관계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직감이 좋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거치는 단계를 의식적으로 구조화해, 누구나 학습하고 반복할 수 있게 만든 접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각을 논리로, 직감을 성과로' 바꾼다는 부제가 책 전체를 정확히 요약합니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두꺼운 이론서가 아니라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전형 사고법서에 가깝습니다. 기획 회의에서 늘 비슷한 의견만 나와 답답했던 분, "센스 있다"는 평가를 듣고 싶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막막했던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센스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 다음 기획서를 쓸 때, 다음 회의에서 의견을 낼 때, 이 책에서 배운 사고의 틀을 한번 적용해보려 합니다. 인사이트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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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바다처럼 운다
임세병 지음 / 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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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처음으로 문장을 썼다. 그 문장들이 책이 되었다.


화가의 첫 에세이라는 수식어를 읽는 순간, 나는 약간의 경계심을 품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는 보장은 없다. 감성적인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팔로워를 모은 예술가들이 쓴 에세이들 중에는, 예쁜 문장이 기체처럼 흩어져버리는 책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세병은 달랐다.


이 책은 예쁘지 않다. 아름답지만 예쁘지 않다. 그 차이가 전부다. 표면을 꾸미는 대신 내부를 열어 보인다. 독자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이 들어온다.


임세병은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쓴다. 살아남은 자가 짊어지는 이유 없는 죄책감을 쓴다. 불안과 후회, 그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상을 쓴다. 가볍게 건드리고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는 각각의 감정 앞에 오래 머문다. 그 머뭄이 문장에 밀도를 만들어낸다.


화가가 쓴 글이라는 사실은 문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머문 장면을 그린다. 빛의 각도, 방 안의 온도, 그 순간 자신의 손이 어디에 있었는지. 독자는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게 된다.


 그 방식이 이 책을 단순한 고백록과 구별짓는다.


파리라는 배경도 이 에세이에 독특한 층위를 더한다. 아름다운 도시지만 고독한 도시. 수많은 이방인의 외로움이 퇴적된 곳에서, 임세병은 4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이 문장들 안에 스며 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다는 것, 그 거리감이 오히려 글을 더 솔직하게 만든 것 같다.


제목 『소년은 바다처럼 운다』는 읽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된다. 바다는 조용할 때도 움직인다. 잔잔해 보이는 날에도 파도는 온다. 임세병의 슬픔이 그렇다. 폭발적이지 않다. 조용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파도 자체를 동력 삼아 그는 살아간다.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고통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함께 움직이는 법을 찾는 것.


첫 에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언어 대신 이미지로만 표현해온 것들이 마침내 문장을 얻었을 때의 그 응축된 에너지가 페이지마다 느껴진다. 이 책은 슬프다. 그러나 슬픔에 잠기게 하는 책이 아니다. 슬픔을 제대로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그 차이가 크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이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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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뇌 - 노화에 맞서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헤더 샌디슨 지음, 진영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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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체념한다. 유전이니까, 나이 드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헤더 샌디슨 박사는 그 체념에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반박한다. 노년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라고.


원제 Reversing Alzheimer's — '알츠하이머를 되돌린다'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저자는 치매 치료 클리닉을 직접 운영하며 수백 명의 인지저하 환자를 만나온 임상의다. 이론가가 아니라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쓴 책이라는 점이, 읽는 내내 묵직한 설득력을 만들어낸다.


책에서 가장 강하게 멈춰 선 대목은 수면 파트였다. 뇌에는 우리가 깊이 잠든 사이 가동되는 독자적인 청소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이 알츠하이머의 핵심 원인 물질로 꼽히는 노폐물을 밤마다 제거한다.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매일 밤 뇌 청소를 건너뛰는 일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저자의 접근법은 단일 처방이 아니다. 수면, 식단, 운동, 스트레스, 장 건강, 호르몬, 독소 노출까지 — 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점검하고 조율하는 방식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메시지는 단순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수십 년 뒤의 뇌를 결정한다.


'이미 늦은 것 아닐까'라는 체념을 가진 분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저자는 실제 환자 사례를 통해 분명히 보여준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당신의 뇌는 지금 이 순간도 회복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40대 이후 자신의 뇌 건강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혹은 부모님의 노화를 지켜보며 예방에 관심이 생겼다면 — 지금 바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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