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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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끌림에서 시작한 살인사건과 누구보다 익숙했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의심하고 파헤치게 되는 심리 스릴러가 결합된 소설이다. 초반의 갈등은 흥미롭다. 선택에서 오는 내부의 갈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와 만남에서 오는 흥분은 떨리는 동시에 걱정스럽다. 이 순간은 과연 도전인가 만용인가? 결과를 보고 말하기는 쉽다. 누군가의 비극. 누군가의 조바심 없는 행동. 누군가의 멍청함으로 손가락질 받는 바로 그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자신은 아이같은 낙천성으로 인생을 만끽하며 세계를 탐험중인가, 어리석은 경솔함으로 맹수가 아가리를 벌리고 기다리는 늪으로 자진해 들어가는 것인가? 하지만 소설은 강렬한 충돌 이후 숨겨진 진실을 쫓아 달려가는 듯하더니 다시 애매모호하게 브레이크를 세우고 ‘진심이야?‘하고 되묻는다. 딱 떨어지는 설명도 가면을 벗겨내고 마주하는 잔혹한 사이코패스의 얼굴도 없다. 전반부의 전개에 비해 그다지 임팩트 있는 사건이 펼쳐지지 않다 보니 개인적으로 깊이로 와닿기보다는 지루함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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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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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야스미 특유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스피디한 전개로 펼쳐지는 추리소설이다. 사실 진상은 아주 간단하고 그 자체로 이미 판타지 세계와 관련이 있어서 앞뒤를 끼워맞추고 범인을 추리하는 쪽의 재미는 좀 떨어지는 듯하고 상상력과 캐릭터를 즐기는 소설이 입맛에 맞는다면 좋을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차용해 연속살인사건의 배경으로 만들면서도 잔혹동화 류의 음침함은 없으면서도 한없이 가벼우면서 잔인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시리즈의 다른 권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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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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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여러 의미로) 좋아하는 작가 같다. 견고한 것도 와닿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좋았음.

첫번째 단편에서는 반전으로서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편지의 주체가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음. 호칭이나 문체와 어투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부분이었어서.

하지만 표제작인 다섯 번째 감각에서는 이 반전이 기술적으로는 훌륭하게 구현된(그러니까 중간에 엇?! 하면서 다시 첫번째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점에서) 데 비해 소설 내부적으로서 개연성과 완성도는 좀 갸우뚱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청각 없는 사람들의 사회인데도 거기서 절대 주류인 사람들이 정작 자기들이 차에 치일 것 같아도 모르고 옆집 사람이 끌려가도 관심없고 자기 집에 침입자가 들어오는지 마는지 아무 방비 없이 살고 있다? 다섯 번째 감각의 세계에서 청각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변과 편의가 달린 문제에도 효과적이고 고유한 문화나 해결방책을 마련할 생각이나 능력이 없는 걸까? 그 와중에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자기들끼리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학습해 소통할 수 있고 음악을 즐기는 문화인이고? 배척받고 차별받는 소수자로서 연대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를 이 세계의 모순을 다 알고 있고? 좀… 삐딱하게 볼 수 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내게 다섯 번째 감각이 말하는 세계는 장애와 비장애를 반전하며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보다는 건청인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춰진 세계에 2차적으로 적응하며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악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마치 그들 내부에서 비롯한 부족함이나 내재적 결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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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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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치매 증상이 있는 시아버지와 조카딸 나오코를 단 둘이 남겨두고 외출한 사토코의 시점으로 소설 백광은 시작한다. 사라진 조카를 찾던 중 마치 귀신이나 도깨비가 이 가족을 우롱하듯이 자기 집 마당의 한 구석에서 흙에 파묻힌 나오코가 발견된다. 일본 고전 추리소설 시리즈나 호러 괴담처럼도 느껴지는 도입부에서 점차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과 진실의 조각 하나하나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어떤 식으로 이 비극에 개입되었는지를 따라가며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은 유례적이지는 않지만 독자에게 ‘그랬군’하고 납득시킨 뒤 곧바로 이를 뒤집어버리는 등의 촘촘한 설계와 꼭 필요한 말만을 써서 정확하게 묘사하는 듯한 문체로 완성된다. 깔끔한 문장과 서술로 머릿속에 생생한 이미지가 절로 그려진다. 참화가 할퀸 정신은 대를 거듭해 광기가 되고 지글지글 끓는 더위 속에서 따가운 햇볕을 맞아 끓다 못해 하얗게 번진다. 치정과 애증으로 엮인 가족. 제 정신이 아닌 두려운 노인. 미궁처럼 얽혀들어가지만 모든 고리를 전부 잇는 명료한 결말 등 일본 미스터리 살인극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과하지 않게 딱 담백하게 들어간 진국이다. 아는 맛의 재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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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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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음산한 호러에 반했던 독자라면 이사카 코타로가 생각나는 가벼운 이야기에 김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도입부부터 전개까지 정교하게 쌓아 독자를 유도하는 반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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