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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정의 (특별판) ㅣ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읽었을 때는 방대한 세계관이 있는 장편이 흔히 그렇듯 온갖 고유명사와 작가가 창조해낸 개념, 문화, 사회현상, 지형과 기후 등에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금세 흐름을 놓쳐버린다. 앤 레키의 라드츠 제국 시리즈도 그런데(사실은 원제가 ancillary이므로 사소한 보다는 '보조적'으로 번역하는 게 더 맞다는 의견도 읽었다. 내 생각에도 본문에서는 보조체라라는 존재들이 중요한 개념이라서 맞춰서 번역했으면 좀 더 이야기가 향하는 바가 뚜렷했을 것 같다) 점점 이 세계에 익숙해지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인간 존재의 사랑 이야기, 소중한 존재를 잃고 신분을 숨겨 복수하기,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까지 의심하게 하는 이 세계의 치명적 결함을 복구하기 등등의 익숙한 영웅 성장 스토리의 뼈대가 드러난다. 거기에 인도의 신을 연상케 하는 최고 지도자 아난다 미아나이의 정체, 성별 구분에 의미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설정을 단순한 줄글로 된 설정이 아닌 진짜 문화적 충격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여성대명사로의 통일, 모든 민족을 복속시키고 가차없이 학살하기도 하면서 확장해나가는 제국이 정작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건드리지도 못하는 외계 종족의 존재 등 새롭고 신선한 설정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