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앉아 씁니다
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키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라는 영화가 원작소설이 있었다는 걸 원작 작가 아사이 료의 에세이 웃기고 앉아 씁니다를 보면서 알게 됐다. 영화로 봤을 때도 자꾸만 시점이 뒤로 돌아가는, 마치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곗바늘을 한 칸씩 뒤로 물리는 듯한 독특한 구성에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원작 작가는 영화의 느낌과는 다르게 완전히 코미디 작가 같다. 하와이 여행까지 가도 사고 싶었던 치약은 집에 돌아온 후에야 수입된 걸 발견하질 않나 사람들을 모아 비치발리볼을 가는데 황당하게 사람이 사라져 즉석에서 선수를 구하질 않나 결혼식 축하 공연을 엄청나게 열심히 준비하질 않나 ㅋㅋㅋ 특별할 것 없는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을 듯한 시트콤같은 에피소드인데 글솜씨가 좋아서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소한 정의 (특별판)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읽었을 때는 방대한 세계관이 있는 장편이 흔히 그렇듯 온갖 고유명사와 작가가 창조해낸 개념, 문화, 사회현상, 지형과 기후 등에 정신을 다잡지 않으면 금세 흐름을 놓쳐버린다. 앤 레키의 라드츠 제국 시리즈도 그런데(사실은 원제가 ancillary이므로 사소한 보다는 '보조적'으로 번역하는 게 더 맞다는 의견도 읽었다. 내 생각에도 본문에서는 보조체라라는 존재들이 중요한 개념이라서 맞춰서 번역했으면 좀 더 이야기가 향하는 바가 뚜렷했을 것 같다) 점점 이 세계에 익숙해지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인간 존재의 사랑 이야기, 소중한 존재를 잃고 신분을 숨겨 복수하기,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까지 의심하게 하는 이 세계의 치명적 결함을 복구하기 등등의 익숙한 영웅 성장 스토리의 뼈대가 드러난다. 거기에 인도의 신을 연상케 하는 최고 지도자 아난다 미아나이의 정체, 성별 구분에 의미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설정을 단순한 줄글로 된 설정이 아닌 진짜 문화적 충격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여성대명사로의 통일, 모든 민족을 복속시키고 가차없이 학살하기도 하면서 확장해나가는 제국이 정작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건드리지도 못하는 외계 종족의 존재 등 새롭고 신선한 설정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알고 보니 여행 에세이를 이미 낸 작가의 결혼 생활 에세이였다. 프랑스인인 남편은 정말 책읽는 거 하나 말고는 생활력 빵점의 특이한 캐릭터인데 눈치가 있는 건지 일부러 없는 척 하는 건지 모를 대화에 혼자 속 터져 하면서 그래 이게 다 내 업이려니 하며 마음을 다잡는 작가의 입담에 피식피식 웃으며 읽게 된다. 정말 저런 사람이랑은 연이 없겠다 싶으면서도 정신 차려 보니 결혼을 했고 하는 일이 내 주변에도 있는 걸 보면 정말 사람 앞날은 모르는 일이고 어떤 사람의 어떤 면에 부지불식간에 끌리게 될 지, 어떤 취향을 발견해나갈지는 정말 미지의 세계구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리안 모리아티 특유의 시간을 넘나들며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묘사되는 한 오후의 인생을 바꿔버린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중간까지 그럴 것 같지 않다 싶으면서도 설마 혹시나 하면서 마음을 졸였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너무 큰 비극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바꿔 말하면 그렇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충격적일 것 없는 이야기도 등장인물의 심리와 여러 겹으로 얽하고설킨 관계,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불편한 마음과 긴장감 등을 흡인력있게 묘사해 작은 커뮤니티 안의 내적 블록버스터를 만든다. 긴 분량에도 읽다 지루하거나 페이지만 의미 없이 채운다는 느낌이 없는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계와 사례 중심의 논픽션은 읽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다. 사례가 너무 이해하기 복잡해도, 반대로 너무 많은 비슷한 책에서 사골이 우러나도록 다뤄서 독자 입장에서 더 읽을 만한 자극을 못 느껴도 책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고, 딱딱한 문체와 연관 없어 보이는 단순 사실의 나열에 질려 중도에 덮어버리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제목부터 이미 어떤 내용일지를 예상할 수 있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평소에는 미처 생각도 못 해본 범위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다루고 있어 한 번 손에 잡으면 떨어지지 않는 책이었다. 너무 크거나, 너무 당연하거나, 너무 사소해서 여자들도 의식하지 못해 보이지 않았던 여자들의 존재를 찾아내는 이 책은 마치 매끈한 돗자리에 눈을 바짝 들이대고 촘촘하게 샅샅이 훑어내 하나하나 까끌거리는 가시를 세워놓는 것 같다. 매끈하다는 착각은 그만 두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