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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바보 예찬 - 당신 안의 바보를 해방시켜라!
김영종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설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군요...
소설책이 아니라서 따로 스토리는 없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흘러가는 느낌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식과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어지간히 세뇌된 탓인지 저자의 말에 100% 공감을 하지는 못하겠더군요.
예를 들면 사교육 말입니다.
어린아이에게서 놀이를 빼앗고 동심을 파괴하는 아주아주 나쁜 행태라고 말하고 있는데.
옆집 엄마가 하는데 안 하면 뒤쳐질 것 같은데, 어떤 엄마가 사교육을 안 시키겠습니까?
생각이 깨인 사람들은 모두 사교육이 끼치는 폐해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땅에서 먹고 살려면, 밥벌이를 하려면 돈은 벌어야 하지 않습니까?
모든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에 가서 영어를 구사하는데
우리 애만 영어를 못하면 뒤쳐지는 거겠지요.
이런 생각 자체가 이미 사회에 세뇌된 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세뇌된 생각을 완전히 파괴시킬 만큼 강렬한 메시지는 아니었습니다.
설득이 아니라, 그냥 어느날 생긴 느낌, 영감을 술술 나열하는 느낌이랄까요?
먹고 살길을 제시하지 않고, 지식에 현혹되지 말라는 이야기만 하면
문제만 던져주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이념만 퍼뜨리고 뒷일은 책임지지 않은 것과 똑같지요.
순간 순간 저자가 던지는 이야기에는 공감하는 바가 있었습니다만,
(이를테면 꽃과 지식의 연관성이라든지...
ex) "나는 꽃이 아름답게 피는 걸 신기해 합니다. 그런데 꽃에 관한 지식은 나와 꽃의 관계를 끊어버려요.
꽃과 나의 진짜 유대를 환상의 소산으로 보고 그것부터 제거하는 일을 하니까요.
그러니까 외롭습니다. 한편, 그 지식 때문에 꽃을 아는 것처럼 생각돼서 위안이 되는 거예요.
근데 그 앎이란 너무나 창백해서 개살구보다도 못한 거지요.")
큰 틀에서 볼 때 저자의 말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스펙을 따지는 청년들에게, 스펙을 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식을 쌓아야 하는 20대 청년 백수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펙 없이 직업 없이 그냥 그대로 백수로 살아야 할까요?
바보 여신은 물질적인 풍요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물질적인 풍요가 없고 정신적인 여유마저 없는 그들에게 바보를 예찬하도록 하는 일이
과연 공감을 살 수 있을까요?
그들은 무얼 먹고 살아야 할까요? 이런 의문이 남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