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려면, 아니 이 책에 담긴 풍자정신과 유머를 이해하려면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묘하게 비틀린 비웃음처럼 우위에 속한 미국 문화에 대한 비판을

읽으면서 신랄하게 같이 웃어줄 수 있어야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이 책 날개에 있는 소개부터가 아주 죽이게 독자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

이 책이 사랑에 관한 책이라고? 맹목적으로 미국에 가고 싶어하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인 갱스터 아들 미샤의 미국에 관한 사랑?

그 미국에 관한 사랑은 견우와 직녀처럼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에 있는 애인과 \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거라고?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경고성 메시지의 집합체다.

메인 메뉴는 미국, 이라크, 소련 문화비판이고

사랑과 비틀어진 유머감각은 곁들어진... 반찬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슬펐다.

 

은근하게 드러나는 미국 문화 비판 1

미샤는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없다. 아빠가 오클라호마 출신 미국인을 죽였기 때문에.

그래서 벨기에 비자를 따기 위해 압수르디스탄으로 간다.

압수르디스탄에는 때마침 내전이 일어나는데 하얏트 호텔 등등의 고층건물들이

마치 911사태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cnn을 비롯한 어느 곳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왜냐고? 나라가 너무 작아서? 흑인도 아니고,

아시아인도 아니라서? 이익이 전혀 되지 못하니까?

 

은근하게 드러나는 미국 문화 비판 2

미샤는 미국 뉴욕에 가고 싶어한다. 그곳에 애인이 있기 때문에.

나나는 미국 뉴욕에 가고 싶어한다. 뉴욕대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대학 안에서

꼭 공부만 한다는 생각은 금물...!)

자라나는 유대교 아이들 조차도 fuck과 마돈나에 대해 떠들어댈 정도로

미국 문화는 일반적이며 젊은이들에게 맹목적인 동경의 대상이다.

흑인 문화, 랩, 선정적인 노래들...

얼마전에 보랏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아주 웃기지만... 그 영화도 역시 미국 주류의 문화를

타문화와 비교해서 보여주며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도려내서

보여주는 비판적인 영화였다. 다만, 그 영화는 이 책보다 좀더 단순해서 알아먹기가

더 쉬웠지만...!

어메리칸 드림은 위대한 개츠비때부터 신물나게 써먹었던 주제지만

이 소설에서 다뤄지는 어메리칸 드림은 좀더 다문화적인 양상을 (현대적인 시류에 맞게)

드러내고 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어렵게 느낀 것은 러시아와 미국 문화 전반에 대해

피부에 와닿을 만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대우와 증기다리미, 그리고 한국에 대해 총 5번 언급되었다는 걸 보면

우리 나라의 문화도 어느 정도 미국(?) 문화에 침투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볼때

나는 알지 못하지만, 저들은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

 

그리고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죄다 해외 유학가고 있는 현실에서

휴우~ 더 공감이 느껴졌는데... 글쎄. 이 책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상처를 헤짚어놓듯이 아프게 밖으로 꺼내놓고 있다...

그게 바로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은근하게 드러나는 미국 문화 비판 3

어쩌다보니 대학... 사실 한국 대학교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졸업하고 나서 내가 무엇을 배웠으며 어디에 쓸 수 있는 지식인지

제대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손들어봐!

과연 대학은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닐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걸까?

미국 대학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나나를 보라. 그녀의 행동거리르 보면

그녀가 어떻게 대학 생활을 보내는 지 환히 알 수 있다.

미샤의 학점을 생각해 보라. 4.0에 만점에 3.94라지 않은가?

 

은근하게 드러나는 미국 문화 비판 4

압수르디스탄인들은 계획된 내전을 펼쳐낸다. 민족이 죽고 사는 것은 상관없이

오로지 미국의 원조를 받아내기 위해서,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작전을 시행한 것이다.

오로지 석유에 기대 살던 나라에 석유가 다 떨어진다면?

수뇌층이라는 것들은 돈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치곤 한다.

이른바 원가가산계약이라는 게 그것인데,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일이 생기면

미국이 파견되고, KBR은 미군과 맺은 계약인 LOGCAP에 의해서 얼마든지

군수지원 물품 대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원가의 열배든, 백배든.

그래서 바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게 된 것이다.

앵무새도 따라 외울만큼 많이 반복된 이 이야기를 미샤는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은근하게 드러나는 미국 문화 비판 5

압수르디스탄이 내전으로 고립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헬기로 자국으로

안전하게 우송된다. 벨기에 국적을 지닌 미샤는 친구만 헬기로 띄워보내고,

벨기에 국적을 지녔기 때문인지 아버지가 미국인을 죽여서 인지 모르지만

미국행 헬기를 타지 못한다.

미국엘리트를 지향하고 다문화학을 전공했지만, 실로 미국적인 이데올로기를 지녔지만

미샤는 미국에 가지 못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 주류사회에 들어가려면 그만큼 벽이 높다는 게 아닐까?

 

은근하게 드러나는 미국 문화 비판 6 / 현대인 진단 1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정신과 의사에게 시간당 350달러를 지불하며

통화를 하는 미샤. 미국적인 사고방식에 돈 많고 뚱뚱하고 풍족하지만

외롭고 고통스러운 미샤. 미샤의 마음은 불완전하며 항상 무언가를 갈망한다.

상위계층이라고 리트 인간들이라고,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닌 듯

불완전한 인간 군상을 대표해서 보여주는 것이 미샤다.

정신과 의사는 항상 산책을 하고 운동을하고 쇼핑을 하고

다른 일에 시간을 쏟아보라고 말하지만 미샤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결국은

미샤에게 어떤 위안도 주지 못한다.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고, 남들을 돕고 싶은데, 여기서는 도무지 착해질 수가 없어요.

나는 외롭고ㅡ 불행하고, 무서워요."
라는 미샤의 말처럼...

 

가디언 지에서 최고로 웃긴 소설로 이 책을 들었다지만

나는 왜 이렇게 이 책이 슬픈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