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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수학자 - 캔버스에 숨겨진 수학의 묘수를 풀다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광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2월
평점 :
자신의 직업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관점이 판이하게 달라지곤 한다.
미술 전공자의 눈으로 작품을 감상할때 그림의 색상 배치 구도 그리고 숨겨진 작가의 해석을 찾는다.
하지만 수학자의 눈으로 본 작품은 내가 기존에 해왔던 작품의 감상법을 완전히 뒤엎은 방법이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려면 기하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의 말에 처음엔 동의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원근법과 황금비율은 그저 선생님이 그렇게 그려라고 지도했기때문에 그렸지 수학적으로 이해해본 적은 없었다.
저자는 왜 이 그림이 좋은 그림이고 유명한 작가들이 수학이란 학문에 조예가 깊었는지 이론을 내세워서 차근차근 풀어준다.
예전에 사람을 그리면 신체비율이 이상하게 그려질 때가 많았는데 그때 내가 인체에 대한 황금비율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p.77 뒤러는 <아담>과 <이브>를 완성하기 위하여 무려 3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모두 발가벗겨서 인체의 비례를 측정하였고, 마침내 모든 인류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아담과 이브의 비례를 얻었다고 한다. <br />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좋아하는 나로선 무릎을 치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바로 조각상의 관람 지점을 만들자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사람들이 황금비율을 제대로 못 느끼는 이유는 관람 지점이 저마다 엉뚱한 곳에서 보기 때문이라 한다.
예전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몰려 정말 터무니없는 곳에서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니까 다시 가서 제대로 감상해야 할 것만 같았다.
p.83 생각건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이러한 최적의 관람 거리를 구해서 해당 지점을 조각상 앞에 표시해 두면 어떨까? 그리고 최적의 관람 거리를 구한 과정을 작품 해설관 근처에 함께 밝혀놓으면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눈여겨 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 최적의 관람 포인트야말로 수학과 예술이 가까워지는 지점 아닐까? 수학자가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니 왠지 뿌듯해진다.
그 외에도 노아와 방주의 강수량 측정 계산법과 프랙털, 거듭제곱의 위력 등 생소했던 수학이 많아 지루하지 않게 수학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분명 똑같은 그림인데 수학자의 눈을 걸쳐 감상하는 작품은 내게 또 다르게 다가왔다.
솔직히 이론은 어려워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작품을 해석하는 이야기가 신선해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