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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목판 ㅣ 즐거운 동화 여행 107
신혜경 지음, 유영주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 : 신혜경
그림 : 유영주
출판사 : 가문비 어린이
멀리 우시장에서 어미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명일이는 선생님과 장대 아저씨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해 하는데, 독자로 하여금 둘의 사이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명일이는 망태를 짊어지고 고물을 파는 망태꾼이고, 엄마는 눈이 멀었기 때문에 자신이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 눈 수술을 시켜주고자 하는 아이이다. 그리고 목수였던 아버지 덕분에 명일이 또한 나무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잘 했다.
어느 날 명일이가 떨이로 주걱 국자 함지박을 파는데 한 아줌마가 모두 옹이 박힌 거라며, 옹이 박힌 것 쓰면 재수없다고 가버리는 덕에 심란해하는 마음으로 옹이 박힌 나무판자로 꽃 만들기를 한다. 그 모습을 본 앵무 누나가 다른사람한테 팔지말고 그 옹이 꽃을 자신에게 꼭 팔으라고 하며 그 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루는 주재소를 지나가는데 그 앞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최억만이 명일이를 부르더니, 이제부터 주재소 청소 담당을 하도록 하고 야학당에 누가 드나들고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 보고하도록 하면 진종일 발품을 팔아도 벌 수 없는 돈을 준다고 제시하고 명일이는 받아들인다.
전국 곳곳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주재소에서 최억만이 만세운동을 한 사람들을 몽둥이로 때리고, 그걸 본 명일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앵무 누나는 목판 두 개를 가져와서는 태극기 그림을 목판에 새겨달라고 했다. 순간 최억만의 무서운 얼굴이 나타나서 하던 것을 멈추게 되고, 앵무 누나는 둘만 아는 비밀이고 돈을 줄 테니 마저 해 달라고 부탁한다.
며칠이 지나고 선생님이 명일이를 찾아와서는 내일 읍내에서 만세운동을 할거니 망태로 태극기를 옮겨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장대아저씨와 앵무 누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준다. 그리고 혹시나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든 안채 툇마루 아래를 보라고 덧붙인다. 명일이는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장터에 사람들이 하얗게 밀려오고, 선생님을 서두로 독립선언서를 읽으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친다. 주재소장이 최억만과 일본인 헌병을 앞세우고 달려오고, 동시에 칼을 뺀다. 장대아저씨와 앵무 누나가 쓰러지고, 명일이도 가슴 속에서 불덩이 하나가 치밀어 오르며 태극기를 흔든다.
나중에 철장에서 풀려난 뒤 선생님 댁 툇마루 아래에서 태극기 목판을 가져온다. 그 날의 함성이 귓가에 되살아나고, 하늘을 가득 채우던 태극기 물결이 눈앞에 선했다. 가슴이 뛰었다. 명일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아..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가슴 먹먹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순진무구한 명일이가 엄마의 눈 수술을 받게 하려고 열심히 일만 하다 나중에 태극기를 들며 독립 만세를 외치기까지의 심리 변화가 정말 잘 묘사되어있다. 그런데 망태꾼 소년 명일이는 어떻게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 나라를 위해 만세운동을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눈이 먼 엄마를 대신해서 동네 아줌마들이 오며가며 집도 치워주고, 엄마 말동무도 해 주며, 동네 아저씨들이 일손을 모아 무너진 담장을 쌓아주는 등 좋은 동네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싶다. 정이 많고 남을 잘 도와주던 우리 옛 정의 모습 아닐까. 우리가 그 당시를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이 책을 읽으니 옛 모습이 머리속에 그 시대의 배경이 그려졌다.
본문 내용에 중간 중간 스토리에 걸맞는 여러가지 속담들이 나오는데, 억지스럽지 않고 상황에 맞는 속담이 나와 엄마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유추해서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삼일운동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날 중 하나인데, 어떻게 이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배경을 알고 명일이의 심리 변화를 통해 아이들도 그 날의 가슴 먹먹함을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 꿈꾸는도서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