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숲 - 내 사랑은 그곳에서 피고 또 진다
이애경 지음, 이수진 사진 / 허밍버드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사진에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기록으로 남겼던 청춘과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새김의 순간들을
모두 버려야 하는 경우를 경험하고 나서 갖게 된
상혼 같은 습성이다.
-
어쩌면 사랑과 이별은
같은 길을 가는 건지도 모른다.

사랑 중에도
이별 후에도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걷게 되는
유일한 길은
단 하나.
그대라는 길.
-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난 일이다.
-
모든 오해의 시작은
나만큼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고,
모든 비극의 시작은
이 말을 해도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
사랑에게는 다리가 없다.
팔로 나를 안아 주고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귀로 내 이야기를 들어 주지만
사랑에게는 다리가 없어
스스로 떠나가지 못한다.

사랑이 떠났다면
그건 자기 발로 걸어 나간 게 아니라
당신이 두 팔로 밀어낸 것일 것이다.

누군가가 밀어낸 사랑을
당신이 두 팔로 담았듯이.
그렇게 당신에게 사랑이 왔듯이
당신도
사랑을 밀어낸 것이다.
-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사랑하지 않는다 했다.

모두 다 내 잘못이다.
-
나무가 위대한 건
싹을 틔울 때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불가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 불가능에 대해 생각하는 건
어쩌면 사람뿐일지도 모른다.
-
상대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게 집착한다.

내가 얼마나 그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나 스스로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사랑은
당신이라는 목적을 향해 걷기에
눈을 떼지 않을 만큼의 용기만 있으면 되지만

이별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떠나야 하기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
서로에게 맞춰 가기 위해 애를 쓰고도
너무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끝이 난다.
-
빛과 어둠이 공준할 수 없고,
물과 기름이 섞여 있을 수 없는데,
어떻게 사랑에는
미움과 애정이
이처럼 나란히
공존할 수 있는 건지.
-
-
-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참.
읽다가 중간에 너무 감성적인 부분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읽었던 것 같다.

이번달은 무언가 약속들이 많아서 책을 제대로 읽은 날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반성하고 열심히 읽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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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반달을 닮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둥글게 차오르지 못한 글이지만 마음을 다해 읽어 주신다면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보름달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
청춘이라는 시절이 받을 딛고 있는 반대쪽 땅은 가능성이다. 이미 무언가가 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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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그 일이 그렇게 된 그럴만한 이유와 과정이 있는 건데, 그런 건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결과만 보려고 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
적당한 온도와 시간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구워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관계 속에서 ‘자, 이쯤이야! 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친근함의 표현이 때로는 무례함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를 위한 배려가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음은 언제나 알다가도 모르겠고, 인연은 실보다도 가늘어서 잠깐 방심한 사이 뚝 끊어지고 만다.
-
좋아하는 일에서 의무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의 묘한 기분을 그때 처음 배웠다. 살다 보면 종종 그때의 기분을 다시 마주치곤 한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의무가 되는 순간 버거워진다.
-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네가 어떤 것들에게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지 스스로 발견하는 일에는 애써야 해. 세상의 행복이 아닌 나의 행복을 아는 일. 그런 일들을 사치라 생각하지 않아야 해.
-
잊지 마.
네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너의 작은 세상에 칠흙 같은 어둠이 깔렸을 때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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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마.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뜯어 보면 결국 그 행복에도 무언가 특별한 건 없을 테니까. 그저 오늘을 살았다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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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저축할 수 없어서, 오늘 아낀 행복은 내일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가장 사치스럽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그렇게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
세상의 수많은 취향과 가치관 앞에서도
내 것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고 싶다.
-
자신의 존재를 실감하고 나면 딱 그만큼의 무게가 어깨에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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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넘쳐나는 그 위로들에게서 아무런 위로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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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들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언제나 있었던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해 준다. 그 수많은 하루하루가 정말로 존재했던 시간이라는 확신을 준다. 우리는 오늘도 함께 하루 더 낡았고, 하루 더 늙었다. 그렇게 같은 시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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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합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도 몰랐던 기회였겠지요. 지나고 나면 무엇으로도 다시 없을 수 없는. 그리고 지금도 그저 흘려보내고 있겠지요.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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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 어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느냐 물으셨지요. 눈을 감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꿈이 물러난 자리, 사랑은 항상 그곳에 두겠습니다.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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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이쁘고, 글도 이쁘고 참 달같은 책이었다. 낮에 읽었는데 저녁에 달을 쳐다보며 읽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 작가님의 조각 조각 된 글들이 하나의 달이 된 듯한 그런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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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의 끔찍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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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언어는,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크고 작은 동심원을 그리며 마음 깊숙이 퍼져 나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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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의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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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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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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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엉뚱한 방식으로 드러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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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아니,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오답이 될 수도 있다. 복잡한 사실과 다양한 해석만 존재할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세상에 ‘원래 그러한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삶도, 사람도 그리 단순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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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질문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다. 다만 질문은, 답을 구하는 시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질문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발판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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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받는 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다.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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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숙이 꽃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촐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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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띔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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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 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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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이는 순간은 그야말로 예고 없이 다가온다.
어쩌면 예측이 가능한 감정은 사랑이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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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의 집합체인 채글 끌어안은 채 단어와 문장을 더듬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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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가슴 깊숙한 곳에 촘촘히 박힌 마지막 한 줄이 글의 주제를 바꿔놓기도 하고 결말의 수준에 따라 ‘글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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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 때론 훨씬 더 중요하다. 당사자에게 알려지는 것과 당사자에게 알리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시작만큼 중요한 게 마무리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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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여행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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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일과 깨닫는 일을 모두 내려놓은 채 최대한 느리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유일한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삶의 밝음이 사라지고 암흑 같은 절망의 그림자가 우리를 괴롭힌다. 그때 비로소 진짜 늙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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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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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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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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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쯤 구매해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이었다. 왜 베스트셀러 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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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청민 지음 / 첫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당연한 사랑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내가 당신으로부터 와서, 그저 당신이 나를 낳은 엄마라서. 그 이유만으로 사랑은 당연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나에게는 철없게만 보이던 요한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해졌다. 사랑의 임계점은 어디 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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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랑의 표현은 다듬어진 문장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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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쩌면, 숙취 가득한 하루를 무사히 떠나보내는 일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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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희한하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일인데, 곱씹을수록 커져서 추억이란 이름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추억은 더해질수록 점점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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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에게 실망할까봐 두려운 마음의 괴리는 외로움을 낳았고, 그 외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그리움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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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의 바다였던 이곳이 내게도 조금은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면, 이 바다를 여행한 것을 사람을 여행한 것이라 여겨도 될까. 그 애를 여행한 하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
오랜 시간 엄마는 나의 영웅이었다. 세상에는, 하늘을 가르는 슈퍼맨이 있었고 악당으로부터 도시를 구원하는 배트맨도 있었다. 거미줄을 타고 시민을 구하는 스파이더맨도 있는가 하면,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원더우먼도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나에게는 엄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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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신의 한계를 느낄 시간이 있었을까. 아니, 한계를 느낄 때 받아주는 사람은 있었을까. 지독한 가난 속에서 가족을 지켜내야 했던 어린 엄마의 한계는, 어린 딸 앞에 드러나선 안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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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슈퍼맨은, 나의 영웅은, 그냥 사람이었다. 나처럼 단점이 있고 한계가 있는 지극히 보통인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다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의 한계를 얼마나 뛰어넘어야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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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이 결국 영웅이라 불리는 이유는, 아마 자신이 가진 한계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겨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와 맞서는 엄마 역시 영웅일 것이다. 엄마는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엄마에게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여전히, 아니 영원히 엄마는 나의 슈퍼맨이다.
-
나는 마음의 완전을 잘 믿지 않는다. 대신 내가 믿는 것은 사랑하지만 밉고, 질투하면서도 좋은, 그런 조각조각의 감정들이 섞인 마음이다. 작은 천 조각을 더하고 덧댄 것 같은. 조각이란 말은 꼭 그런 사람의 마음과 닮은 것 같아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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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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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오는 걸 책에서 얘기해주신다.

가족,친구,연인 등.

어찌보면 가장 흔한 사랑이란 단어가 가장 많은 표현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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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싫어서 - 퇴사를 꿈꾸는 어느 미생의 거친 한 방
너구리 지음, 김혜령 그림 / 시공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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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쓰러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때문이 아닌
내가 회사에 왔음을
상사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마음에.
-
˝형은 꿈이 뭐예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거.˝ ‘배우‘는 ‘직업‘인데,
그에게 ‘일‘이란 곧 ‘연기‘일 텐데,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일‘을 꿈꾸며 사는 그의 대답이
매일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계속 머문다.
-
하나. ‘내가 좀 손해 보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회사에서 손해 보고 산다는 건
곧 호구 인증이라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회사에서만큼은 할 말을 하게 되었다.

둘. 나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생각했지만
회사에서는 일이 먼저였다.
언제부턴가 나도 상사-동료 들을
일 잘하는 사람-일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
팀장님.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팀장님 때문에
제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잖아요.
-
퇴근 후에는,
주말에는 제발 나한테
전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할부로 산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자꾸 던져버리고 싶다.
-
주어진 일에 대한
수많은 물음을 뒤로하고
단 하나의 물음에만
집중하고 있다.

월급날이 며칠 남았지?
-
1년 전에 경험해본 한 번의 백수 생활.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처음보다는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두 번째 백수를 꿈꾸지만
동시에 과거의 그 경험이 자꾸 발목을 붙잡는다.
-
어떤 날에는 ‘회사를 그만둬도
참 잘 지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생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백수 생활이 떠올라
덜컥 겁이 난다.

언제 이 회사를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날마다 다르게 느꼈던 이 두 마음을
계속 번갈아 껴안으며 지내지 않을까 싶다.
-
내가 가진 시간을 주고
그 대가로 한 달에 한 번 돈을 받는 행위가
버거워지는 요즘.

지금껏 잘 버텨왔으니,
지금도 잘 버텨내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잘 버티길.
-
내 맘 같지 않게 진행되는 일들 때문에
나날이 한숨이 늘어가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러는 와중에도
예측하지 못했던 작은 기쁨들이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니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가는 순간들도
잘 껴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나이쯤 되면
막연히 ‘뭐‘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올해를 일주일 남겨둔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뭐‘가 되고 싶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막연하기만 했다.
-
회사에서 생긴 짜증
회사에서 풀어야 하는데
괜히 집에 와서 푼다.

아무 잘못 없는 우리 엄마.
미안해 죽겠다.
-
찝찝한 감정을 추스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밥을 먹고 소화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회사는 퇴사를 고민하는
내 마음 추스를 틈도 없이
참 한결같이 나를 괴롭힌다.
-
회사가 싫다는 것.
결국
사람이 싫다는 것.
-
˝역시!˝, ˝잘했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순간의 뿌듯함과 보람을 위해
계약된 시간 이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다 보면,
그리고 그게 몇 번인가 반복되다 보면
지금 내 행동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문듣 깨닫는다. ˝역시˝와 ˝잘했어˝는
입 밖으로 내뱉어짐과 동시에
흩어지는 ‘말‘일 뿐이었다.
-
업무량은 넘쳐나는데
인력 충원 없이 직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 조직의 잔인함.
-
나는 하는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따금 회사 생활에 지쳐 한숨지을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만약 지금 당신이 회사를 쉬고 있다면, 지금 하는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이 훗날 고된 일상에 찰나의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지금도 훗날에도, ‘지금‘은 가장 좋은 때이다.
-
-
-
책을 읽다가 보니 역시 어느 회사나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위에 선임이나 더 위에 선임들도 분명 자기들도 겪었을 터인데, 왜 이렇게 밖에 못하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리고 정녕 나도 저렇게 되는걸까 라는 의구심이 든적도 있다.

군대 있을때 나는 저런 선임은 안 될거야, 라고 말하고 그 말을 지키려 부던히 노력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다니.

생각해보면 회사라는 큰 타이틀에 우리를 맞추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역시 나도 저렇게 될 수 밖에 없게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요즘에 퇴사를 꿈꾸고 있는 나라서인지 이 책이 더 크게 와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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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2017-01-1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굉장히 수려한 글솜씨군요 저도 공직 의원면직한지가 1년이 다 되가서 너무 공감되어서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무엇을 하시든 잘 헤쳐나가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