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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조각 -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위한 기록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반달을 닮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둥글게 차오르지 못한 글이지만 마음을 다해 읽어 주신다면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보름달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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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시절이 받을 딛고 있는 반대쪽 땅은 가능성이다. 이미 무언가가 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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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그 일이 그렇게 된 그럴만한 이유와 과정이 있는 건데, 그런 건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결과만 보려고 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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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온도와 시간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구워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관계 속에서 ‘자, 이쯤이야! 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친근함의 표현이 때로는 무례함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를 위한 배려가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음은 언제나 알다가도 모르겠고, 인연은 실보다도 가늘어서 잠깐 방심한 사이 뚝 끊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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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에서 의무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의 묘한 기분을 그때 처음 배웠다. 살다 보면 종종 그때의 기분을 다시 마주치곤 한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의무가 되는 순간 버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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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네가 어떤 것들에게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지 스스로 발견하는 일에는 애써야 해. 세상의 행복이 아닌 나의 행복을 아는 일. 그런 일들을 사치라 생각하지 않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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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네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너의 작은 세상에 칠흙 같은 어둠이 깔렸을 때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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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마.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뜯어 보면 결국 그 행복에도 무언가 특별한 건 없을 테니까. 그저 오늘을 살았다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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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저축할 수 없어서, 오늘 아낀 행복은 내일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가장 사치스럽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그렇게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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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취향과 가치관 앞에서도
내 것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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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를 실감하고 나면 딱 그만큼의 무게가 어깨에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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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이제는 넘쳐나는 그 위로들에게서 아무런 위로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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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들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언제나 있었던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해 준다. 그 수많은 하루하루가 정말로 존재했던 시간이라는 확신을 준다. 우리는 오늘도 함께 하루 더 낡았고, 하루 더 늙었다. 그렇게 같은 시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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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합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도 몰랐던 기회였겠지요. 지나고 나면 무엇으로도 다시 없을 수 없는. 그리고 지금도 그저 흘려보내고 있겠지요.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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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 어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느냐 물으셨지요. 눈을 감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꿈이 물러난 자리, 사랑은 항상 그곳에 두겠습니다.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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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이쁘고, 글도 이쁘고 참 달같은 책이었다. 낮에 읽었는데 저녁에 달을 쳐다보며 읽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 작가님의 조각 조각 된 글들이 하나의 달이 된 듯한 그런 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