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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좋아서, 재미있어서 책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한달동안 4권읽기 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재미가 붙어 더 많은 양의 책을 읽기 시작했지요. '한달에 기본 12권정도는 읽어요.', '저번달에는 20권가까이 읽었어요.'라고 이야기하면 다들 대단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아마 전 그 시선을 즐겼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많이 읽어야만 할 것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책에 치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문득 책을 읽다 "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거지?" 혹은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거지?"라는 막연한 물음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었지만 크게 남는게 없는 듯했습니다. 그 때 든 생각이 다독이 아닌 정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였습니다. 좀 여유롭게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니 읽은 책 권수는 줄어드는 듯했습니다만 그래도 왠지 느긋해지면서 다시 책이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제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으면서 얻은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막연하게 책읽기가 좋다는건 알겠는데 딱 꼬집어 이야기하려는 멍해지는 겁니다. 만약 내 아이가 커서 " 엄마 책은 왜 읽어야해?"라고 묻는다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책을 좋아해."라는 말도 안되는 대답만 나올꺼 같았습니다.
이런 제게 도끼가 되어준 책이 바로 [책은 도끼다]입니다.

-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 회로가 재설정되는 거죠.
- 책은 그 자신만이 발달한 감수성으로 우리를 에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읽는 내내 "맞어! 내가 말하고 싶었던게 이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명확하게 설명은 할 수 없었던 책읽기의 좋은 점을 넘 명쾌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바로 울림입니다! 우린 책속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하는 구절,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구절들로 인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리는 것이지요. 내 일상의 시각을 넓히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넓어진 그 시각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감탄들이 행복으로 이어지는겁니다. 자세하게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은 책을 꼭 사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나아가 아이들에게 책읽는 기쁨을 알려줄 수 있는 책이 될테니까요. 적어도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넓어진 시각으로 일상의 모든 것들을 무심히 보지 않고 감탄하면서 볼 때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 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창의력 교육을 따로 할 필요도 없겠지요. 제 말로 인해 책이 점점 육아서처럼 변질되고 있지만 내용이 그렇지 않다는건 아시겠지요. ^^
[책은 도끼다]는 확실히 저의 도끼가 되어 주었습니다. 글 하나하를 되새기면서 읽다보니 읽는 속도는 느렸지만 그래도 그 울림이 제 안에 가득찼습니다. 박웅현님덕에 읽고 싶은 책목록이 또 추가되었네요. [책은 도끼다]를 읽고 얻은 울림은 한동안 계속 지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