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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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과 나             

 선생님은 "나"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가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외로운 자신에게 다가와 준 "나"가 좋았기에 무 자르듯 그를 내칠 수도 없었다. 고작 자신은 "나"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흘리듯 말할 뿐이다.

나한테 너무 빠져서는 안 되네.

 하지만 무심한 듯하면서도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을 "나"는 오히려 좋아하고 따른다.


2. 부모님과 나
 "나"의 부모님은 "나"를 "나"그대로가 아닌 부모를 챙기고 다른 사람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되어 부모의 자랑이 되어야 하는 자식으로 바라본다.  부모님이니까, 자신을 길러주신 분이니까 효도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부모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정말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사는 사람 같아 멋있어 보인다.



3. 선생님과 유서

숙부에게 속았던 당시의 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뼈저리게 느꼈지만,
사람들은 나쁘게 생각했을 뿐이지 그래도 자신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네.
세상 사람들이 어떻든 나만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신념이 어딘가 있었던 거지.
그런데 K 때문에 그 신념이 보기 좋게 무너지고 나도 숙부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자
갑자기 아찔한 느낌이 들더군.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

 선생님은 생의 마지막에 어렵게 "나"에게 고백한다. 난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 역시 추악한 인간이라고. 자신을 위해 타인 따위는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그런 인간이라고. "나"는 선생님의 유서를 읽자마자 선생님께 달려간다. 하지만 더 이상 선생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4.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서 우리는 언제나 길을 잃는다. 난 그렇지 않은데, 남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들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말할 때 점점 고독해진다. 이 세상에 나를 100% 이해해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외로워진다.

나는 결국 K가 나처럼 혼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갑자기 결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 다시 오싹하더군. 나도 K가 걸어간 길을, K와 똑같이 가고 있는 거라는 예감이 때때로 바람처럼 가슴을 가로질렀기 때문이네.

 그 예감은 결국 선생님을 집어삼켜버렸다.


5. 마음
 마음은 내 것이면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롭다. 무시하고, 눈 감고 모르는 척하면 쉬울 텐데, 내 마음은 내 안에 있는 것이라 그것도 마음대로 안된다. 선생님도 그랬겠지. 죄책감을 지우려면 K에게 사죄해야 하지만 K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죄책감을 떨쳐내야지만 살 수 있는 사람이 그 죄책감을 안고 사려니 더더욱 괴로워진다. 그래서 선생님은 결국 자신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6. 죽음

 죽음 앞에서 삶을 마주 보면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제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처럼 죽음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다. 그건 오히려 가장 쉽고, 가장 치사한 방법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나"에게 던져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 선생님은 고상한 척했지만, 그래서 괴로워했지만, 끝까지 자기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죽음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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