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2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5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을 스스로 찾아냈으면 한다.


 

 방안 가득히 고둥을 새겨넣었던 괴짜아이 다카코. 다카코는 사랑 받고 싶었지만 사랑 받는 법을 몰랐다. 그런 다카코를 아유무는 경멸하며 무시했다. 부모님이 이혼한 것도, 여자들과의 관계가 제대로 이어지지않는 것도 다 누나와 엄마 탓이라고 생각했다. 다카코에게 누나는 암같은 존재였다. 그랬던 누나가 결혼을 했다. 평생 기행만 일삼다 죽을 줄 알았던 누나가 남편을 데리고 웃으며 다시 나타났다. 아유무는 참을 수 없었다. 정작 망가져야 할 누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졌고, 적어도 누나보다는 행복해져야 할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불행해져버렸다.


너한테 나는 아마 꺼리고 피해야 할 누나였을 거야.

나는 나대로 필사적이었지만 너나 가족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필사적이었던 것은 내 잘못이야. (중략)

엄마가 피하는 방식은 너하고 달랐어.

너는 나를 두려워했지만(너는 부정하겠지), 엄마는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어.

내가 엄마의 인새에 바싹 다라붙지 않아서 화가 나 있었지.

그런 부분에서는 아유무하고 같아.

자기 인생은 누군가의 인생이 아니야.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도 자기 인생이 아니고.

나는 늘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었어.

하지만 다른 아이처럼은 아니었어.  -p.320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 하지만 사랑받는 법을 몰라 엉뚱한 일을 벌렸던 아이, 손을 내밀어 잡은 것들은 죄다 허상이었다. 다카코는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다카코는 끝까지 자기 자신을 놓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아유무는 질려버렸지만,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살기위해 노력하는 처염한 전투처럼 보였다. 그렇게 처염한 전투 끝에 다카코는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아유무는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 날 피해왔어. 그렇지?

(중략)

나는 그게 이상했어. 넌 늘 나를 보고, 나를 무서워하고, 나를 피해왔어."

"이상했다고? 그야 그랬겠지. 자기 누나가 이상한 종교에 빠져 학교에도 안 가고 이상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나야. 네가 아니잖아.(중략) 넌 항상 나하고 자신을 비교했어." - p288

  아유무는 '니가 다카코의 동생이구나.'라는 시선이 싫어서 더더욱 나는 누나와 다르다라고 온 몸으로 표현했다. 그건 아유무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어기재였지만 그로인해 아유무는 절저히 수동적인간이 되어버렸다. 인간관계에 있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자기에게 벌어지는 불행을 모두 타인의 잘못으로 돌렸다. 그는 끊임없이 다카코와 엄마를 미워했고, 그에게 상처주는 모두를 미워했다. 난 아무 잘못도 안 했어. 다 그들이 잘 못한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는 다카코와 다르게 보이고 싶기 위해서만 노력했고 결국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게 10대가 되었고 20대가 되었고 30대가 되어버렸다. 30대가 되어 탈모가 시작되고 다카코와 유일하게 달랐던 자신의 잘난 외모를 잃었을때, 그는 좌절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유무, 너는 너야. 다른 누구도 아니고.-p289

  밑바닥에 떨어졌을때 아유무는 겨우 자신의 삶을, 자신이 알고 싶지않다는 이유로 피했던 모든 것들과 마주보게 된다.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했던 자신, 혼자 상처받고 혼자 도망갔던 자신. 그는 그제야 울음을 터트렸다.



  책장을 덮고 한동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울고 싶었던 것같다. 다카코가 나였고, 아유무 역시 나였다. 소설 속에 내 과거가, 그리고 내 미래가 있었다. 인정받고 싶어 발버둥쳤던 그때, 하지만 난 다카코같은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수동적인 아유무같은 인간이 되어버렸던 것같다. 그래서일까, 아유무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나 역시 아유무처럼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을때, 그때 겨우 깨달았으니까. 어쩜 인간에겐 그런 시련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련을 겪었을때 비로소 제대로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기독교를 믿진않지만, 하나님이 주는 시련이라는 게 아마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인(부모일수도 있고, 친구나 애인일수도 있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내가 아닌 내 스스로의 믿음으로 내가 되는 건 정말 쉽지않다. 아마 우린 평생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타인에게 휘둘리느니, 능동적으로 내 스스로 나아갈때 적어도 후회는 없다고 믿는다. 난 유무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간 다카코처럼 내 안의 심지를 찾을 날이 오길 바라면서.


 부모의 기대에 휘둘려서 또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쟁취하지 못하며 사는 수많은 아유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을 스스로 찾아냈으면 한다.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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