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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는 개미 - 2016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ㅣ 문학동네 동시집 38
유강희 지음, 윤예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학창시절에는 시를 정말 많이 접했었던 것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시를 전혀 읽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우연찮게 다시 읽기 시작한 시집, 뭐랄까 시집을 읽다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몇 줄에 오만가지 생각을 집어넣어 놓은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하게 된다. 이런 시의 매력을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어른이 시를 읽는다면 아이는 역시 동시지!라는 생각에 동시집을 아이에게 한 권 선물로 주었다. 동시가 아이에게 재미있을까 걱정은 잠시, 아이는 동시집을 너무 좋아했다. 심지어 재미있다고까지 말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신기하다며. "뒤로 가는 개미" 역시 아이는 좋아했다. "뒤로 가는 개미"에 실린 동시들은 현란한 의성어나, 의태어를 구사하지는 않지만 시 하나하나가 따뜻함을 준다. 시인 유강희님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이는 것들, 하지만 우리는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동시를 썼다.

파리채
파리가 파리채에 앉아 있다
파리는 파리채인 줄 모르고
파리채는 파리인 줄 모르고
서로 다정하다
아이는 "파리채"를 읽고 웃었다. "파리채는 파리 잡는 건데 둘이 다정하대."라고 말하면서. 아이는 이 동시를 재미있어 했고, 난 파리와 파리채를 다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참 예뻐보였다.

지렁이
천변 산책길
우레탄 위
물 좀 다오
물 좀 다오
여기가 사막인가?
베밀이로
몸 비틀며
없는 눈만 감박감박
"지렁이"에는 연민이 담겨있다. 마른 우레탄 위에서 말라가는 지렁이에 대한 안쓰러움, 아이와 나도 느꼈던 안쓰러움, 아이는 말했다. 지렁이가 징그럽긴하지만 다음에 보면 풀밭위로 옮겨줘야겠다고. 작가의 글은 어린 딸아이 마음에도 연민이라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동시는 짧다. 아이도 어른도 읽기 쉽다. 동시는 이해하기도 쉽다. 짧은 글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작게나마 흔들 수 있다. 이게 진정한 동시의 매력이 아닐까?
긴 책을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의 감성을 위해, 가끔은 느긋하게 아이와 함께 동시 한편 낭독해보자. 이 가을, 동시 낭독하기 딱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