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한 나를 찾아서."라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진정한 나를 찾을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행복해져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진정한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다가 집에 오면 뭔가 피곤해진다. 아까까지 웃고 떠들던 나는 어디가고 없고 혼자서 조용히 쉬고 싶은 내가 있다. 웃고 떠들어대던 내가 진짜 나일까? 피곤해하며 혼자이고 싶어 하는 내가 진짜 나일까?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부모를 죽였다. 나중에 그 아이의 SNS에서 어두운 이야기들을 가득발견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말한다. 아, 그 녀석 그렇게 안봤는데, SNS 속의 어둡고 칙칙한게 그녀석의 본모습이었어라고. 학교에서 보여주었던 모범적인 모습은 그 아이의 모습이 아닌 것일까? SNS 속의 모습만이 그 아이의 진정한 모습이었을까?


 <나란 무엇인가>의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런 고민을 단 번에 정리하는 재미있는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분인"이다. "분인"은 "개인"을 다시 나눈 개념이다. 즉 "개인"을 1이라고 둔다면 "분인"은 n분의1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한 개인은 여러개의 분인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개의 분인이 모여 한 개인이 되는 것이다. 즉 친구들앞에서 활달한 나, 집에서 쉬고 혼자이고 싶은 나 모두 나라는 거다.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던 아이의 모습도 부모를 죽일정도로 원망했던 아이의 모습도 모두 그 아이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나는 한 개가 아니라 여러개인 셈이다.


 이건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야라고 부정하고픈 모습까지도 자신이라는 거다. 그 모습을 부정하지 말고 억지로 진짜 나와 가짜 나를 나누지말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대신 그런 부정적인 분인의 우선순위를 마지막에 두라고 말한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분인의 모습을 중시하고 앞에 내세우라고 말한다. 그러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진다고.  참 흥미롭다. 나에게도 여러모습의 내가 있다. 여자로써의 나, 아내로써의 나, 엄마로써의 나, 딸로써의 나, 며느리로써의 나, 역할에 따라 상대에 따라 내 모습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 모두가 나이다. 하지만 간혹 이 역할들에 치여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을 듣고 있으니 편해지긴한다. 그냥 전부 나라는 걸 받아드리면,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린다면 내가 나 자신으로 인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니말이다.

 ​어떻게 보면 분인의 개념은 타인으로인해 생겨난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인간관계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개념이 나올 수 있었던 것같다. 히로나 게이치로의 분인의 개념은 분명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도움을 줄 것같긴하다. 마음의 편안해지면 그만큼 인간관계도 편안해질테니말이다.  꽤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나란 존재를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나누고 정의내린다는 것이 나에게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란 존재가 온전히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으로 인해 구분되어진다니 가볍게 받아드리기엔 생각할 게 많은 부분인 것같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같으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었다. 여전히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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