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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 - 수학 옛이야기
데미 글.그림,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1의 2배는 2고, 2의 두배는 4고, 4의 2배는 8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그냥 설명해주려면 얼마나 지루할까요? 그냥 말로 설명하고 있으면 아이도 저도 짜증이 날 것같습니다. 게다가 아직 덧셈 뺄셈도 잘 모르는 아이인지라 2의 배수를 가르친다는 건 엄두가 안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너무 예뻐서 이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이해를 못하면 재미 없어하겠지? 괜히 읽어주는 건가?싶기도 했는데요, 왠걸! 읽어주니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합니다. 어려운 개념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들어가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않나봅니다.

인도의 어느 곳에 한 왕이 살았습니다. 왕은 기근이 들면 백성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백성들의 거둔 쌀을 조금만 남겨두고 몽땅 거두어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흉년이 들어 기근이 발생하니 자신이 먹을것도 없다면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누어주지 않았답니다. 어느날 왕은 잔치를 벌렸고 하인은 곳간에서 쌀을 실어와야했습니다. 그때 쌀포대에서 쌀이 떨어져내리는 것을 알고 라니라는 소녀가 치마로 그 쌀을 받았습니다. 라니는 그 쌀을 들고 가지않고 왕에게 돌려주었어요. 왕은 라니를 칭찬하며 상을 주겠다고 했지요. 그러자 라니는 오늘은 쌀 한 톨만 주시옵고 그러고 나서 30일간 날마다 그 전날 주신 쌀의 두 배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왕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했지요. 여기서 잠깐 딸아이가 2배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웃거렸기에 뒷표지에있는 표를 보여주었습니다.

1의 2배는 1이 두개 있다는 거야. 그래서 2개고, 2의 두배는 2가 2개 있다는 거야. 2개가 2개 더 있으니 4가 되지. 라는 식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8까지만 설명해주었습니다. 결론은 이런식으로 점점 쌀이 많아져 간다는 거지. 라고 내렸고요. 아이는 대충 라니가 점점 더 많은 쌀을 받을 거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지요. 아니나다를까 라니가 받는 쌀의 양으 점점 늘어납니다.

이 책의 가장 압권은 바로 삽화입니다. 늘어나는 양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해주거든요. 쌀의 양이 많아질수록 쌀을 실어나르는 동물 또한 늘어납니다. 마지막은 4페이지에 걸쳐 256마리의 동물을 다 그려놓았지요. 이 페이지를 쫘악 펼치는 순간 아이의 입이 떡하고 벌어집니다. 사진이 흐릿하게 찍혀 안타깝지만 실재는 빤짝빤짝 거리면서 더 멋있어요. 아이가 이 삽화에 홀딱 빠졌다니까요. 너무 좋아하며 똑똑한 라니를 칭찬하더라고요.
아직 어린아이에게는 이런 개념이 있다 정도만 짚고 넘어가주고 좀 더 큰 아이들에게는 2배라는 개념을 배울때 함께 읽어주면 좋을 그림책입니다. 사실 수학적 개념따윈 생각하지 않아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림도 너무 멋지고요. 작가는 미국사람이지만 인도에서 산 경험이 있어서 인도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네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검색해봐야겠어요. 아이도 아이지만 저도 삽화에 홀딱 반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