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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로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산시로>의 주인공 산시로는 대학 입학을 위해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을 한다. 낯선 그곳에서 산시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누구도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되는 것같지는 않다. 뭐랄까 전부 자신만의 이야기를 바쁘게 떠들어 댄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떠들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세상은 이러하니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외치는 요지로. 얼핏보면 무언가를 이루기위해 동분서주하며 나불대지만 이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아는 척을 한다. 산시로 역시 그냥 휩쓸려 다닐뿐이다. 기껏해야 상대방의 눈치나 좀 볼뿐, 결국엔 이러저리 휘청휘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무엇을 위해 도쿄로 왔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냥 흘러가는 시류에 이리저리 떠다닌다. 노노미야나 히로타 선생은 그 시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버티고 서있는 것같지만 결국 버티는 것도 벅차보인다. <산시로>속 인물들은 그 누구하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냥 이리저리 휩쓸려다닐 뿐이다. 이들은 무얼하고자 하는 걸까? 도통 알 수가 없다.
사랑 역시 그러하다. 그들의 사랑은 감정과 감정이 일대일로 만나는 게 아니다. 요즘 시대의 사랑은 이러하다는 어떤 특정의 굴레를 만들어 놓고 감정이 아닌 그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랑을 하는 것만 같다. 이리 떠보고 저리 떠보고 결국 우롱밖에 되지 않는 사랑노름 역시 답답하다. 정열이 없고 열정이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하지 못해 이러저리 휩쓸리는 그들, 사랑마저 눈치를 보녀 해야 하는 그들. 그런데......그들의 모습에서 지금 청년들의 모습이 겹치는 건 왜일까?
"출입하는 데 말이지. 일본의 극장은 신발을 벗어야 해서 날씨가 좋을 때도 무척 불편하거든. 게다가 극장 안은 환기가 안 돼서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머리도 아프고...... 그런데도 다들 용케 견딘단 말이거든."
(중략)
"난 옥외가 좋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 아름다운 공기를 호흡하며 아름다운 연극을 보고 싶네. 투명한 공기 같은, 순순하고 간단한 연극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p.312
답답한 현실이 마치 담배 연기가 자욱한 일본의 옛 극장같다. 시대의 삭막한 흐름에 이리저리 휘청이는 청년들은 사랑조차 눈치를 보며 하고 있다. 옥외 공연장으로 나가고 싶다. 탁 트인 공간에서 이것저것 재지말고 그냥 순수하게 자신을 들어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청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