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좀처럼 좁힐래야 좁힐 수가 없다. 현실을 유지하려면 이상은 낮추던지 접어야 한다. 이상만을 추구하다가는 현실을 유지할 수가 없다. 이상과 현실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부자부모가 든든하게 생활을 지원해주는 사람이야 가능하지 않을까? 뭐? 삐딱하다면 삐딱하겠지만, 현실은 그만큼 살기 빡빡한 게 사실이니까. 그래서 난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독성은 좋았다. 니가 어디까지 그렇게 오만하게 구는지 보자~~뭐 이런 심정으로 읽어서 그런걸까. 후훗.)

 

다이스케는 결코 빈둥거리며 허송세월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밥벌이 문제로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는 고귀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사실은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가엾어진다. 아버지의 유치한 두뇌로는 이러헥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자신의 사상과 정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다. -p.48

 

다이스케는 아무리 마음에 걸려도, 속 보이는 눈물과 고민과 진지함과 열정만큼 거슬리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p.88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그건 내 탓이 아니야. 즉 세상 탓이지."-p104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일을 한다면 단지 생계만을 위한 일이어서야 명예로운 일이라고 할 수 없지. 모든 신성한 노력이란 빵과는 거리가 있는 법이네."-p107 

 

 말하는 족족 밉상이다. 자신은 나이 서른에 아직도 아버지가 주시는 생활비로 유유자적하면서 살면서 생활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아버지까지 무시하고 있다. 건방지기 짝이없는 놈이다. 아버지가 주신 돈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난척을 해댄다. 옆에 있다면 한대 갈겨주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랬던 다이스케가 아버지가 제안한 정략결혼도 마다하고 심지어 아버지로부터 원조가 끊길만한 일을 저지른다. 바로 불륜! 참 가지가지 하는 놈이다. 정략결혼을 거절한 뒤에도 아버지를 피해 여행을 떠나자. 돈은 없다. 뭐 안되면 아버지한테 돈을 달라고 부탁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어이없는 놈인데 그래도 여자에 미쳐서 결국엔 갈때까지 일을 친다. 뭐, 누구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나이 서른 먹고도 철 안든 놈이 사랑타령하다 신세망쳤다고 한마디로 요약하겠다.

 

 그 불륜의 대상이 결혼하기전 다이스케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었다.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하지만 결국 도망쳤다. 그렇게 비겁한 놈이 결국 욕정을 참지못하고 그녀의 남편에게 그녀를 달라고 매달리고 만다. 그는 자신이 불륜을 저지름으로써 아버지로부터 원조가 끊기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는 하고 있다. 즉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랑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부질없다.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고, 심지어 심장병으로 오늘내일하는 여자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이상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 이상을 던져 버린 것인가? 사랑? 고작 그런 사랑때문에?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남자다.

 

 아버지로부터 형으로부터 연을 끊겠다는 말을 듣고 그는 가도노(집안일을 맡고 있는 서생)에게 일자리를 찾아보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이제 그에게 더이상 이상은 없다. 현실만이 존재할 뿐. 다이스케를 동정해야 할까? 건방이 하늘을 찌르더니 꼴좋다고 비웃어줘야할까?

 

 이야기는 그렇게 거기서 끝이난다. 현실로 뛰쳐나간 다이스케의 미래에 대해서는 상상만 가능할 뿐이다. 난 이 결말만큼은 마음에 든다. 다이스케의 미래를 작가가 써내려갔다면 만족했거나 혹은 마지막까지 짜증을 내며 책장을 덮어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열린 결말로 끝내줌으로써 난 내 멋대로 다이스케의 미래를 요리할 수 있다. 짜증나는 주인공의 미래에 고생이 겹겹히 쌓여 있기를.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가족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를. 난 비극은 싫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