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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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엔 누구나 좌절을 경험한다. 성적, 취업, 인간관계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한번쯤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 그 순간 죽으면 그만이야라는 말은 묘한 위로가 된다. 그래 이왕 죽는 인생 될되로 되라지. 라고 마음대로 내뱉어 버리고 나면 왠지 밥생각이 난다. 밥 먹고 죽어야지. 밥 먹고 나면 군것질 거리가 생각난다. 과자 한 봉지를 뜯어 먹고 나면 잠이 온다. 잠이나 자야겠다. 그러고 나면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어제 죽어버리겠다고 하는 난 이미 과거의 내가 되고 현재의 나에겐 죽고 싶은 마음은 남일이 되어 버린다. 사람은 그렇게 죽음으로 인해 나쁜 일을 털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되면 우리는 죽음을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최소한의 위로가 된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다만 목표로 하는 죽음은 반드시 멀리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가까우면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죽음의 운명이다. -p.22

 

 [갱부]의 '나' 역시 그런 객기를 부리는 젊은이이다.  '나'는 여자문제로 괴로워하다 결국 죽을 생각으로 가출을 한다. 죽어버리겠어. 죽어버릴꺼야.라고 외치지만 결국, '이봐'라는 누군가의 부름에 바로 죽음으로 가는 걸 미뤄버린다. 당장 죽겠다고 생각했으면 누가 부르던 무시하면 그만일텐데, 죽는 거야 지금 당장 안죽어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도고 여긴걸까? '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그 사람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죽어버릴꺼야, 아님 적어도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버릴꺼야.라고 외쳤던 '나'는 자신을 처음으로 불러준 알선업자 조조씨로 인해 자신의 처음 의도와는 달리 점점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은 구리를 캐는 광산이었다. '나'는 이왕 죽을 목숨 무슨 일이든 상관없다.라고 외치지만, 날때부터 도련님인지라 따지는 게 넌무 많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코웃음이 절로난다. 죽겠다는 놈이 뭐그렇게 따지는 게 많은 건지. 결국 '나' 역시 죽음에게서 위로를 받은 꼴이 된다.

 

 어린 마음엔 사소함 문제도 정말 크게 다가온다. 이 사소한 일로 죽고 싶은 마음까지 가지는 거다. 몇 년이 지나면 정말 쓰잘데기없는 일로 고민한다며 웃으며 내뱉을 일들일텐데말이다. 광산의 갱부들이 보는 '나'를 보는 시선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고생 한 번 안해본 서생이 온갖 세상풍파 다 겪은 사람들이 오는 그 광산에 오다니 얼마나 가소로워보였을까. 그래서 자꾸 돌아가라 그런다. 여긴 자네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젊은 날의 객기는 괜한 반항심을 불러오고, '나'는 돌아갈 여비를 마련해주겠다는데도 굳이 남아서 갱부가 되겠다고 외친다. 하지만 역시 그건 객기일 뿐이었다. 막상 들어간 광산안은 도저히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나'는 광산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갱부]는 게곤 폭포에서 자살한 소세키의 제일고등학교 제자 후지무라 미사오의 번민에 대한 ​석명이라고 한다. 그를 힐난했던 책임 때문이 아니라(나쓰메 소세키가 후지무라 미사오를 힐난했던 적이 있다고 함), '인생은 불가해!'라는 젊은 제자의 고뇌에 선생 나름의 대답이 바로 [갱부]였다는 것이다.1 그래서 그런지 소세키는 소설 곳곳에서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님을 강조한다. 심지어 마지막에 소설이 되지도 못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굳이 소설이라고 읽고 있는 독자는 이부분에서 뒷통수를 한 대 딱 얻어맞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어쩜 이것 역시 젊은이의 객기라고 봐야하는 것인가? 좀 당황스러웠지만 객기라고 여기고 나니 뭐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가출을 해서 광산에 가고 갱부가 되기까지의 짧은 과정이 아주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인간이 느낀 감정을 하나하나 글로 표현해내는 나스메 소세키의 글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작가가 내린 인간에 대한 정의에 공감 또 공감했다. 난 오늘 [갱부]를 방황하는 영혼에게 선물해주려한다. 그 방황하는 영혼이 소설 속 '나'와 같음을 깨닫고 어서 방황을 끝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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