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구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3
오호선 글, 이수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딸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이 배송되면 제가 읽어주기를 기다리지않고 자기가 직접 뜯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조마구도 도착하자마자 뜯더니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지요. 책을 다 읽고 나자 딸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말합니다. "엄마, 이 책 진짜 무섭다. 그런데 재미있어."



 

 아이가 무섭다고 느낀 장면은 바로 조마구가 엄마를 죽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나쁜 조마구가 엄마를 죽였어. 진짜 나쁘지." 아이는 흠뻑 그림책에 도취되어 책을 읽었었나봅니다. 저랑 다시 함께 읽으면서도 그때의 기분이 떠올랐는지 마치 드라마를 보며 "에고 나쁜 놈, 저런 놈은 혼나야해."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떠올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반면, 오누이가 조마구를 혼내주는 장면은 무척 재미있어 했습니다. 바늘이 조마구를 콕콕 찌르는 장면을 특히나 재미있어 하더군요. 사실 엄마를 죽이고 바늘이 조마구의 얼굴을 콕콕찌른다는 표현은 왠지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잔인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모습을 통쾌해 하는 거죠. 한때는이렇게 잔인한 그림책을 읽혀야할까?라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알 게 된 사실은 전래동화 속에 이런 잔인성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는 이런 전래동화를 통해 나쁜 일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 다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법도 배운다고요.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현실은 마냥 좋을 수가 없죠. 크면서 아이는 이런 저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럴때 이런 책들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것만 본 아이들보다 이런 이야기를 접한 아이들이 현실 속의 나쁜 것들과 마주했을때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고요.

 

 딸아이가 조마구를 어찌나 빠져들어  읽었는지, 한 번 읽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조마구에서 반복되는 대사를 아예 외우더군요. "밥을 해서 냠냠할까? 떡을 해서 짭짭할까? 죽을 해서 호로록할까?" 제가 읽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줄줄 외웠답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구절을 아이들이 특히나 재미있어 하는 것같습니다. 이게 전래동화의 매력같기도 하네요.

 

 <조마구>를 읽다보니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전래동화책이 떠올랐습니다.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역시 괴물이 어머니를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으러 길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괴물의 모습이 다르고 괴물을 찾으러 가는 여정은 좀 다르지만 마지막에 괴물의 밥과 떡과 죽을 뺏았아 먹고, 가마솥에 넣어 괴물을 죽이는 장면은 똑같더군요. 조마구가 맞으면서 점점 커지는 모습에서는 쇠를 먹고 점점 커지는 괴물이 등장하는 <불가사리>라는 전례동화도 떠올랐습니다. 괴물이 사는 땅 속 나라로 가는 부분에서는 <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이 떠오르더라구요. 도깨비의 집이 땅 속나라에 있었거든요. 곳간에는 조마구처럼 금은 보화가 넘쳐났고요. 전례동화는 입으로 구전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모양이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같아요. 같은 이야기가 다르게 변형되기도 하고요. 아이와 함께 이렇게 비슷한 다른 전례동화책과 비교하면서 비슷한 부분을 찾아내는 놀이도 한 번 해보세요. 아이가 재미있어 한답니다. 그런김에 읽었던 책도 한 번 더 읽게 되고요.

 

 잔인하다고 피하지마시고, 이런 전례동화도 아이와 함께 꼭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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