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만은 평생 소녀인채 살고 있습니다. 평생 그냥 아이로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한 살 두 살 많아지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키우다보니 저도 더이상 아이로 있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소변검사를 해야했었습니다. 뭐, 어른이야 홀로 화장실에 가서 플라스틱 컵에 오줌을 받아오면 되지만, 유아는 절대 홀로 할 수 없습니다. 엄마가 도와줘야해요. 그나마 남자 아이들은 조준이 쉬워서 오줌이 샐 염려가 없는데, 여자 아이는 참 애매합니다. 자세 잡기도 어정쩡하고, 여자저차해서 컵을 대줬는데, 이런 오줌이 제 손을 타고 줄줄 흐릅니다. OTL... 하지만 손을 치워 버릴 수가 없습니다. 플라스틱 컵에 오줌을 받아가야 검사가 가능하고, 이번에 받지못하면 아이가 오줌을 쌀때까지 병원에서 주구장창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요. 그때 아이의 오줌을 받던 날, 전 제가 더이상 소녀가 아니구나, 난 이제 아가씨가 아니야, 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제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전 어느 덧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솔로이고, 여전히 여자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는 작가 역시 저처럼 어느날 문득 자신이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엔 작가가 어른이라고 느꼈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 어른이 되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 미래의 나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산문집입니다.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를 수짱 시리즈로 처음 만나 이 작가에게 홀딱 반했었는데요, 산문집으로 만난 그녀는 수짱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좀 더 솔직하게 담아낸 것같아 왠지 조금 가까워진 듯한 느낌도 듭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녀의 이야기에 동감하며 혼자 열렬히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책 여기저기에 나도 그럴까? 난 어떻게 될까? 등등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적은 포스트잇과 3M 플래그테입이 한가득 붙어버렸습니다. 아직 40대가 아닌지라 100% 공감 할 수는 없었지만 뭐랄까 왠지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집니다. 일본 30~40대 여성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라더니 그 말이 과장은 아닌 것같습니다. 

 

 그녀의 만화만큼 산문집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더군요. 다음에 나올 그녀의 책이 기대됩니다. 그게 만화책이든 산문집이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