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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글.그림 / 북극곰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6살이 되는 딸아이가 가끔
너무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엄마,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진거야?" "엄마, 사람은 왜 죽어?" 등등. 이런 질문을 던질때마다 말이 턱턱
막힌다. 잘 이해하게끔 설명해주려하지만 아이는 고개만 갸우뚱 거릴뿐이다. 그리고 얼마전부터는 죽는다는 것에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엄마,
할머니도 죽어?" "엄마, 엄마도 죽어?" "엄마, 나도 죽는거야?" "엄마, 죽으면 슬프겠다. 그지?" "엄마, 난 죽기싫어." 라는 둥.
아마 티비방송에서 아픈 아이가 죽어서 엄마 아빠가 우는 모습을 본 뒤부터였던 거같다. 아이가 죽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이래서 티비의
영향이 참 무섭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죽음은 당연한 거지만 아직 먼 미래의 일이며, 죽음이 절대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데 아이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같았다. 역시 이런 어려운 내용도 책으로 접하면 좀 더 친근해질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아이들 책에서 죽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말고는 본 적이 없으니까.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는 아빠를 잃은 남매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장례식대신 검은 옷을 입고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남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죽음이 마냥 슬프다는 것보다 그냥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자라는 느낌을 받게된다.
시작부터 죽음은 슬픈게 아니야. 누구나 죽을 수 있고, 죽는 건 피할 수 없는거야. 담담히 받아들이면 돼.라고 말해주는 것같다. 뭐,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일뿐. 돌아가신 아빠가 그립다. 그리워서 아빠에게 편지를 쓴다. 아빠에게 쓴 편지를 고이 접어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본다.
그런데 그 종이비행기가 그림 속으로 쏘옥 들어간다. 그때부터 남매의 고요한 나라를 찾아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고요한 나라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아이들은 아빠와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아빠의 사랑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된다. 이 과정 역시 눈물을 짜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빠와의 추억을
행복한 기억으로 상기시켜주고 아빠의 사랑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죽음을 마냥 슬프고 두렵게만 느꼈던 아이에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이 책의 능력에 새삼 놀랐다. 그림 역시 차가운 파란색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 파란색 역시 마냥 차갑지않다. 뭐랄까 차가운
파란색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파란색으로 변해간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가의 매력이 십분 느껴지는
그림체다.
이 책은 독서지도하기에도 참 편한 책이다. 책을 읽기 전 "고요한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에 대해
아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도 있고, 고요한 나라를 가는 길목에 발견한 바닷가에서 남매는 왜 언젠가 본 듯한 곳이라고 느끼는 걸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그림 속에서 숨어있는 힌트를 찾아볼 수도 있었다. 책 내용에 담긴 주제 의식도 참 좋았고,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장치를 숨겨놓은
그림도 아주 맘에 들었다. 이 책이 문지나 작가의 첫작품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나올 그녀의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