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풍"은 나쓰메 소세키의 네번째 장편소설이다. "풀베개"보다는 쉽게 읽히긴했지만 역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에 비해 재미는 없었다. 너무 계몽적이다. 책 뒤에 실린 "해설"을 읽어보면 이 책은 소세키의 장편 소설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책이라고 한다. 심지어 작가 연보에 빠져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하니 좀 불쌍한 소설이기도 하다.

 

1. 나카노 군 vs 도야 선생 vs 다카야나기 군

서양문물을 받아드리고 요령있게 시대의 변화에 맞춰 돈을 벌고 있는 계층이 나카노 군이라면 도야 선생은 세상의 이치, 도를 닦는 학문에 앞장 선 학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반면 다카야나기 군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인물이다. 돈을 벌고 싶다. 자신이 공부한 학문도 계속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어 괴롭다. 도야 선생은 학자란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는 사람이지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다. 즉 돈을 벌려면 장사나 사업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도야 선생의 말에 격하고 공감하지만 돈도 펑펑쓰고 예쁜 부인도 얻고 좋은 음식에 좋은 옷을 입는 나카노 군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인다. 시골에 부양해야 할 어머니도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 다카야나기 군은 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인물이다. 나카노 군에게 얻은 백 엔을 도야 선생 빚을 갚는데 써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나카노 군처럼 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도야 선생처럼 확고한 자신만의 사상도 없는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무지한 중생의 모습이랄까. 아무래도 제목 태풍의 의미는 다카야나기 군 마음 속에서 쉴 세 없이 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2. 돈 vs 도

돈이 많다고 해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학자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자신들이 학자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라는 이야기가 책이 끝나는 내내 강조된다. 그렇다고 해서 돈많은 사람은 속물이고 학자가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카노가 다카야나기를 돕는 모습을 보면 나쁜 사람도 아니고 도야 선생 역시 융통성없이 자신만의 생각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좀 괴짜스러운 면이 많이 보여 존경할 만 인물도 아니다. 그냥 나쓰메 소세키는 학문과 돈을 따로두고 생각하자. 둘을 함께 하려하지 말자 정도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같다. 그렇다보니 다들 너무 개성이 없다. 개성이 없는 인물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반감시켰다고 볼 수 있다.

 

3. 나쓰메 소세키

이건 소설에서 좀 벗어나는 이야기 일 수도 있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네 권 읽다보니 공통적으로 보이는 게, 남편은 아내를 부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보니 부양해야 하는 아내를 비하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 군데 군데에서 눈에 띈다. 한 두번은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겠는데 그 모습이 계속 보이니 자꾸 눈에 거슬린다.

 

여자는 장식에 살고 장식에 죽는다. 대다수의 여자들은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는 사랑조차도 장식의 차원에서 바라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p.56

여자는 6각 화로를 주든 8각 화로를 주든 그저 6각이나 8각으로 재를 고를 뿐이다. 그들은 그 이상의 식견이 없다. - p.161

 

남자 주인공들은 처지는 비루하지만 자신을 고귀한 학문을 해서 우아한 사람이라면 부인은 학문을 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구는 사람일 뿐이다. (풀베개 속 나미는 이것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무래도 작가 자신이 가족을 부양하는 스트레스를 글 속에 녹여낸 것이 아닐까 싶다. 자꾸 이런 글이 발견된다면 나쓰메 소세키를 좀 쪼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같다.

 

"태풍"은 크게 내게 감명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 소설 중 가장 눈에 안띄는 소설이라니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련다. 뒤에 나올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들(산시로, 그 후, 문 등등)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직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기대를 접지않겠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