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매니아들의 필독서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유영규 지음 / 알마 / 2013년 6월

"추리소설 매니아들의 필독서!"

한 남자가 아내를 죽였습니다.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서 안방과 현관 마루 쪽에 각각 묻었지요. 그가 매일 잠을 자던 곳은 아내의 머리가 묻힌 쪽이었습니다. 그에게 형사가 묻습니다. "머리를 묻은 곳에서 자는 게 무섭지는 않았나요?" 남자는 무덤덤하게 대답합니다. "자기 전에 가끔 혼잣말로 잘 지내냐고 묻기도 했어요. 미안하다는 소리도 하고요."

불량 소녀 무리가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타다 실수로 어린아이를 치고 도망가죠. 불량소녀 무리 중 한 소녀는 자책감에 자수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소녀들은 그녀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그녀를 폭행 후 높은 곳에서 떠밀어 죽입니다. 하지만 경찰에 잡힌 그녀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자신들을 배신한 그 소녀를 원망할 뿐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소설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대부분의 범죄심리책들을 보면 외국의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왠지 그런 책들을 읽고 있으면 소설 책을 읽는 기분입니다. 어차피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거죠. 그런데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은 저자가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직접 보고 겪은 일들을 묶어낸 책입니다. 즉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들인데다가 여기서 사용된 과학수사라는 것이 외국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들이라서 더 실감이 갔습니다. 드라마 CSI처럼 과장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쓰여지는 수사방법들은 CSI보다 못하기도 하고 CSI만큼 기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똥에서 DNA를 찾아냈다는 이야기는 참 더러운 동시에 흥미진진하기도 합니다.

또 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사실은 더 잔인한 범죄 수법임을 알았을 땐 섬뜩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통 허벅지를 칼로 찔릴 경우 위협이나 협박정도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쪽에 찔려서 죽을 확률이 꽤 높은 동시에 재판과정에서는 변명의 여지를 준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궁금하시면 책을 읽으세요.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을 읽고 있으면 우리나라 과학수사도 많이 발전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특히 검시체계와 부검에 대한 생각은 정말 바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미드 CSI나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재미나게 읽으실 것같습니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으니까요. 실제로 일어났다니 섬뜩하기도 하고요. 무덥고 책읽기 힘든 여름, 요런 책 읽고 시원해져보시는 건 어떨런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