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연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To. 당신께.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쑥스럽네요.

첫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잘지내셨어요?

뭐...별말들이 다 떠오르지만 다 적절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죠? ^^

오랜만에 예쁜 책을 발견했어요.

예쁜 컵 일러스트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죠.

홍차전용 찻잔, 커피잔, 머그잔. 잔. 잔. 잔.

너무 예쁜 잔들을 보고 있으니 눈을 떼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그 속에 예쁜 카페 제리코가 등장한답니다.

제리코의 여주인 백마담과, 단골손님들.

그들의 이야기가 잔과 어우러져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풍기네요.

당신의 꿈은 한적한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거라고 말씀하셨죠.

이 책을 보면서 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이런 예쁜 찻잔들이 가득하고,

그 카페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찻잔을 맛있는 차와 함께 대접하는 당신의 모습을요.

프랜차이즈 커피점처럼 모든 커피잔이 동일할 필요는 없잖아요.

우아하게 여유를 즐기는 아줌마에게 앤틱 찻잔을,

홀로 머리싸메고 마감에 쫓기는 젊은 여자에게는 꽃무늬 찻잔을,

멋쟁이 아저씨에겐 심플한 찻잔을....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지않나요?

그래서 이 책을 당신께 보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하시라고요.

이 책이 당신 꿈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면서....

 

 

 

p. 189

요즘은 불이 꺼진 제리코 안에서

백마담과 기타 연습에 여념이 없다.

백마담은 '못 쳐도 좋은 곡을',

나는 '칠 수 있는 곡에 최선을'이라는

각각의 기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나는 백마담에게 '잘 좀 쳐보라'고,

백마담은 내게 '트로트 좀 그만 치라'고 짜증을 낸다.

오늘은 마감을 끝낸 마감녀가 슬며시 들어와 구경하더니

'둘 다 못 들어주겠으니 족박이나 시켜먹자'며

연습을 중단시키고는 한턱냈다.

이거 참 괜찮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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