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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책이 전해주는 어두운 메세지에 눌려버린 느낌이다. 숨이 턱턱 막혀온다. 우린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아프리카 소년병' '아프리카 기아' '아프리카 내전'이란 단어로 네이버 검색을 해보았다. 허나 뜨는 기사라고는 어떤 연예인이 아프리카에 방문에 아이들을 도와주었다는 봉사뉴스뿐, 아프리카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드문드문 발견되었지만 그나마 아주 축소된 내용뿐이었다. 지구상에서 자행되어지는 인간 학살에대해 우린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은 자신도, 다른 인종도 똑같은 생물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네.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사회나 가족이라는 좁은 분류 속에 자신을 우겨놓고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다른 집단에 속한 개체는 경계애햐 하는 다른 종이 셈이야. 물론 이것은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습성이네, 인간이라는 동물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난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 주는 증거라고 생각하네. - p. 474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는 일본사람, 한국사람, 미국사람 이렇게 종족으로 인간을 구분하지 않았다. 인간은 같은 생물종이라는 사상에서 이 책의 이야기는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일제시대에 한국에 가한 제노사이드와 중국 난징대학살 사건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고 본다. 이 부분은 이 책에 발간됨과 동시에 일본에서 무수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사실 책에서 언급한 내용은 많지않지만 이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일본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란 남자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멀리있는 아프리카에서 벌이지는 제노사이드 이전에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제노사이드의 잔혹함을 먼저 일본인들에게 상기시켜주었다. 그렇기에 일본의 과오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더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는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잔혹한 임무를 수행하려 콩고로 잠입한 용병 조너선 예거.
두 사람의 운명이 교차하는 순간 강대국의 추악한 음모와 인류의 미래가 얽힌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 책뒷표지 책소개 中 -
<제노사이드>이야기의 스케일은 정말 웅장하다. 일본에서 미국 콩고에 이르는 광활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싸움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얽혀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다만 약만드는 과정은 좀 어려웠다. 사실 이해하고 넘어갔다고는 말할수 없다. 그냥 '아~ 신약이 만들어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까지 이해하려하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길 수 없다.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한 작가의 지식, 노력은 혀를 내두르게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지를 생각하니 작가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겨난다. 또한 <제노사이드> 안에서 다루는 인간의 잔혹함이란 주제의 무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그 무거운 주제가 흥미진진한 이야기속에 녹아있다. 작가는 두마리 토끼 모두 잡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약간의 스포있음, 읽으실분들은 아랫글은 패스! >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 인간은 잔혹하기만 한 것일까? 우리가 모르는척 눈돌리고 있는 지금도 아프리카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우린 정말 그들을 구할 수 없을까? <제노사이드>에서 이야기하는 신인류의 출현만이 이 참혹한 상황을 정리해줄 답인 것일까? 인신인류의 출현은 인간에게 구원일까? 재앙일까?
<제노사이드>는 내게 수많은 질문만은 남겨주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질문들을. 그 무게에 어깨가 짓눌린다. 가슴이 답답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