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숙녀사이

함부로 애틋하게 - 네버 엔딩 스토리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6월

일본 소설을 연달아 두권 읽었었다. 그런데 도통 공감할 수 없는 코드에 진이 빠져 버렸다. 두권다 나완 맞지 않았던게지....축 쳐진 내 머릿속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꺼내든 "함부로 애틋하게". 우선 예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내 맘을 확 사로잡았다.

다른 사람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정체를 이 나이 먹도록 도무지 잘 모르겠다.

그 담엔 정유희님의 자기소개글을 보고 훅 빠져버렸다. 책장을 넘길수록 두권의 소설로 우울하고 침울해졌던 내 머릿속이 통통튀는 사랑스런 글들로 환하게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만큼 귀엽고 발랄하고 상큼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예쁜 일러스트와 예쁜 글이 어울어진 예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림을 보고 글을 썼을까? 글을 보고 그림을 그렸을까?"

서로 닮은 듯 다른 글과 그림이 묘하게 어울어져 하나가 되어있다. 사랑스럽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길지 않는 글이지만 빨리 빨리 읽어나갈수는 없었다. 한 번 읽어서는 100% 그 의미를 헤아릴 수 없다고나 할까. 글은 그들만의 암호같다. 서로만 알아볼 수 있는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달콤함 암호. 같은 글을 몇번씩 되새겨가며 읽었다.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이별이야기가 아름답다.

처음엔 10대 소녀의 발랄함이 느껴지는 사랑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장 한장 넘어가며 성장하는 소녀가 보인다. 소녀는 어느덧 숙녀가 되었고 사랑의 아픔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함부로 애틋하게"속엔 소녀와 숙녀가 함께 존재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이별은 아픔이기도 하고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그녀의 감수성에 푹 빠져든다.

통통튀는 아름다운 단어들과 구름의 이미지가 함께 내안에 들어온다. 어느새 우울함은 사라지고 따뜻함이 내 안에 자리잡는다. 아~행복하다. "함부로 애틋하게"를 접하게 되시거든 절대로 한꺼번에 읽어내려가지 마시라. 달콤한 초콜릿처럼 하루에 한두개씩 음미하듯 읽으시기를......

말없이 등을 쓸어주며

존재를 위로해주는

시린 영혼의 무릎에

따뜻한 손을 얹는

사랑은 왜 그리 어려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