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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평점 :
<신참자>는 '가가 형사 시리즈'중 한권입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시리즈이죠. 요즘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들이 나오는 족족 욕을 먹었던지라 이 작품도 그닥 흥미를 끌지 못했었습니다. 사실 가가가 어떻게 형사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졸업'을 읽어보았는데 끝이 그다지 제 취향이 아니였답니다. 하지만 울 신랑이 딱 보더니 이 작품이 벌써 2010년에 일본에서 드라마화가 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sp로도 제작 방영 되었다고 하더군요.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도쿄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미쓰이 미네코가 목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하지만 이혼녀인 그녀가 왜 아무 연고도 없는 그곳에서 죽게 되었는지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알지 못하지요.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이 여성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닌교초 거리의 상점들을 탐문하다 상점가 사람들의 비밀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살인사건'이란 네글자는 섬뜩하고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미쓰이 미네코의 죽음 뒤엔 으스스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쓰이 미네코의 죽음은 본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는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미쓰이 미네코의 죽음은 슬픔이란 단어보다는 희망, 행복과 가까워 보입니다. <신참자>는 그렇게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가가 형사는 뭐랄까 사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치유해주는 형사였습니다. 경찰들의 부조리, 나태함 등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요즘, 현실에서도 가가 형사같은 사람들이 가득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가가 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 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대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 p. 278
세상에 주인공 가가 교이치로 같은 형사만 가득하다면 이 세상엔 사건 사고로 맘 아픈 사람은 확 줄어들지 않을까요?
<신참자>는 작가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금 느끼께 해 준 책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미쓰이 미네코 살인 사건만을 고스란히 들어내 요약 정리하고 보면 사건 자체는 좀 시시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맞딱드린 상점가 사람들의 비밀이 주는 따뜻함과 어우러져 한편의 정겨운 소설이 되었습니다. 첨엔 얼핏 단편집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삼각기둥 시계'라던지 '닌교야키'등과 같은 소재들이 등장하면서 이 이야기들이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음을 가르져 줍니다. 즉 가가 형사가 미쓰이 미네코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다 발견되는 의문점들을 쫓아가는 과정 중, 상점가 사람들의 비밀들도 동시에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그다지 상관없어 보였던 이야기들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중요 과정이었던 셈이지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이었습니다. '흔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라는 사람이구나~.'싶은게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습니다. 책이 저절로 읽히는 것같은 느낌입니다. 진도가 술술 나갑니다. 잔인하지 않고 인간적인 추리소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