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달빛책방>이란 책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을 알게되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했던 여자. 감수성이 무척 풍부했던 프랑스 작가. 그녀에 대한 짤막한 조각들은 나에게 그녀의 책을 읽을 것을 재촉했다. <한 달 후, 일 년 후>가 도착하자마자 다른책들은 뒤로한채 그녀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그녀에 감수성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탁탁 막히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어디서 감수성을 찾아야 하는지, 어디서 공감해야 하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망가진 장난감같았다. 차갑고 처절했다. 심지어 비겁하기까지했다.(뭐 누가 뭐라든 난 그렇게 느꼈다) 조제와 베르나르는 자신의 평범한 생활을 버리지는 못하고 동물적인 본능에만 사로잡힌 불륜커플이었고, 베아트리스는 에두아르, 졸리오, 알랭 모든 남자를 손에 쥐고 흔드는 야망의 여신 반면, 에두아르와 알랭은 본능에 충실한 숫컷이었을 뿐이며, 파니와 니콜은 현실을 회피하는 나약한 여자들이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읽는 내내 이말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프랑스의 감수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것인가. 읽을 수록 막막해져만 갔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도달했을때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연민의 마음이 퐁퐁 샘솟았다. 책을 덮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

*유혹하려면 시간이걸리는 사람들이 있어. 물론 베아트리스는 그런 경우는 아니지.

그녀는 스스로 선택해. 시간은 그녀에게 고려의 대상이 아니야." - p. 121

*그가 그녀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었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알고 있는사람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 역시 그들과 같았다. - p. 137

*"나리, 이 사실을 아셔야 해야. 여자에게 시간은 아주 중요해요.

지나가버린 시간도 때로는 아직 의미가 있죠. 하지만 아직 오지않은 시간은 전혀 의미가 없답니다." - p144

*그들은 정말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고, 그들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 상관없다는 것도 아련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 상관 없었다. - p 155

한참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았다. 그제서야 그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붙잡으려고 애쓰지 않는것처럼 사랑도 흘러가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게 아닐까?

리뷰를 쓰며 생각을 정리해보려 했는데 쓰다보니 더 복잡해지기만 한다. 아직까지 사강을 그리고 책속 주인공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탓이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오기가 생긴다.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그녀의 소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그녀를, 그녀의 소설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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