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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위조 사건 -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
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이란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실화라니, 귀가 솔깃하지 않은가!
<미술품 위조 사건>엔 장장 10여년간에 걸친 미술품관련 사기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존드류, 이 한사람이 벌인 희한하고 어이없는 사기 사건 이야기의 전모가 이 책을 통해 드러난다.
미술이라 하면 왠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사실 고흐, 고갱, 피카소를 비롯한 유명 화가 몇몇만 겨우 알고 있는 나로써는 '유명한 작품이다'라고 하면 '아~그런가보구나'가 고작이다. 왠지 그들의 그림은 고상하고 우아하며 마냥 어렵게만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림 한점에 몇억에서 수십억씩 호가하는 그런 그림들이다 보니 나와는 상관 없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20세기 희대의 사기꾼 존 드류, 그에게는 그런 미술품들이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존 드류는 생활고에 찌들렸던 존 마이어트를 꼬득여 위조품을 만들게 한다. 그리고 그의 공범으로 여러명이 존재 하는데 웃긴건 존 마이어트를 제외한 몇명을 제외하고는 어이없게도 자신도 모르게 드류에게 협조하고 있었단 점이다. 정작 자신은 사기사건에 연류된 줄 몰랐던 사람들. 그만큼 존 드류의 화술은 정말 능수능란했으으며 사람들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않고 기억해두었다가 사기극에 활용했다. 사기분야에서만큼은 존 드류 그는 천재였다.
'어떻게 일반인이 버킹엄궁전에서 5백 야드 떨어진 영국의 주요 기관에서 그곳의 역사를 통째로 가지고 나올 수 있었을까?' - p. 107
정말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그에게 속았을까? 그래도 미술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사람들이. 존 드류를 도와 위조품을 만들었던 존 마이어트 역시 그 점을 놀랍게 생각했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들을 믿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우리를 한 번도 속인 적인 없기 때문이다.' _ 새뮤얼 존슨
정작 주변 사람들은 경계하면서 호의적이고 유식하게 나오는 사람들앞에선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사람들의 모순, 그 심리를 이용한 존 드류, 그의 사기극을 바라보고 있으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미술품 위장 사건>속에선 사기극도 사기극이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건 현존하는 미술계의 어두운 부분이다. 이제껏 미술품이라고 하면 작품 그 자체로 평가되고, 그 자체 그대로 가격이 매겨진다고 생각했다. 헌데 작품보다 더 중요했던 건 '소장내역'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위작도 진품으로 변할 수 있었다. 누가 소유했었는지, 누가 팔았는지, 더군다나 소장했었던 사람이 유명인이라면 그 작품의 가격은 더 높아지는 것이었다.
- 그림의 가치는 단순히 캔버스 그림의 우수함뿐 아니라 그림의 계보에 의해서도 좌우되었다.
전 주인이 명성이 높을수록, 또는 악명이 자자할수록 보탬이 됐다.
흥미진진한 내력은 그림 값을 만 파운드 이상 껑충 뛰게 만들었다. - p.67
그림의 가치라는 것이 이렇게 모순되게 매겨진다니, 참으로 어이없었다. 존 드류가 10여년에 걸쳐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허점을 파고들었기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래부턴 스포있음)
결말은 더 황당했다. 그 화려한 사기극의 당사자들이 정작 교도소 생활은 1년도 안채우고 나왔다는 점, 그리고 출소후 더 유명세를 타고 있으면 정작 존 마이어트는 화가로써 더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 허구속 소설의 세계보다 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이런 결말을 보고 있자니, 존 드류, 존 마이어트 같은 인물이 곧 어디선가 다시 등장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수십억이상의 사기를 쳐도 일년도 안살고 나오면 되는데! 안그런가! 참 더러운 세상이다라는 생각에 입안이 텁텁해진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았던 이야기 <미술품 위조 사건>, 딱딱한 문체때문에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만큼은 흥미진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