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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7월 24일 거리>를 읽고 난뒤 요시다 슈이치를 제대로 만난 느낌이 든다. 요시다 슈이치를 처음 접한건 <하늘 모험>이였다. 그런데 <하늘 모험>은 단편들로만 이루어진 탓에 읽는 내내 작가와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었다.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던 작가의 매력을 <7월 24일 거리>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된 기분이다.
사유리는 고등학교때부터 짝사랑했던 사토시와의 연애를 시작한다. <7월 24일 거리>엔 사토시와 연애하기 전 후의 사유리의 감정묘사가 참으로 탁월하게 그려져있다. 읽는 내내 작가가 '남자가 아니라 실은 여자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너무나 여자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더 훅 빠져들었다. 사유리의 이야기속으로.
작가는 사유리가 자신이 사는 거리를 포르투칼 리스본의 거리와 중첩해서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유리를 표현하고, 마지막에 그 상상을 그만두는 모습을 통해 똑바로 자기자신을 바라보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사유리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 표현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사유리의 변화가 내 마음속에 바로 짠하게 전해졌다. 요시다 슈이치는 어떻게 그런 설정을 생각해내었을까. 아~ 이작가 너무 맘에 든다.
또한 사유리가 자신의 모습을 메구미에게서 발견하고 결국 메구미를 통해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것 역시 너무 멋진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아~ 아~ 너무 좋다. 읽는 내내 먹먹했던 가슴이 지금은 "나도, 실수 한번 해보려고.(p188)" 이 한 마디에 확 뚤리다 못해 요동친다. 나도 모르게 사유리를 응원하게 된다. '힘내!'라고.
<7월 24일 거리>에 붙어있는 부제들 하나하나가 맘에 들더니 마지막 그 의미를 알고 나니 더더욱 맘에 쏙 든다.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같아 공감 100배라고나 할까. 아~ 4월을 너무나 좋은 책으로 시작했다. 이 붕뜬 내 마음을 누가 알까. 이 책 역시 4월의 봄과 너무 잘 어울린다. 사랑스럽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 p107
자신이 무슨 색이라고 생각하나요? - p 126
"그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보여요?"
(중략)
"그러니까 내 말은 내내 좋아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
지금 좋아하는 그 사람의 얼굴이요."
(중략)
"고등학교 시절의 그가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 - p 183,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