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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여자에겐 엄마는 좀 특별한 의미가 아닐까요. 아무리 짜증내고 화내도 다 받아주시는 분, 자식에게 싫은 소리 못하시던 분. 전 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한 맘뿐입니다. 아빠가 권위주의적이셨던 탓에 엄마는 항상 아빠와 딸사이에서 갈팡질팡, 안절부절. 전 그런 엄마가 못마땅해서 짜증부리기 일수였던, 참 철없는 딸이였습니다. 한번은 메이커 점퍼를 사달라고 때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당시 30만원이 넘는 그런 점퍼를 안사준다고 방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 버렸던, 다음날 학교갔다오니 그 점퍼가 제 방에 있었을 때.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자신은 비싼거 하나 제대로 못쓰시고 외출복하나 번듯한거 없으셨는데, 그땐 정말 그런건 아무것도 모르고 저밖에 모르던 철부지 딸이였습니다.

처녀적에는 '난 엄마처럼 안살꺼야.'라고 건방진 생각도 했었습니다. 헌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엄마처럼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언제나 깨끗했던 집안, 언제나 가족들의 기분을 생각해주시던 엄마, 가족들을 위한 맛있는 밥상등등 전 어느것 하나 엄마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결혼 5년차이지만 여전히 집안은 엉망이고 딸하나 제대로 못돌봐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전화하고, 친정집에 몇일씩 눌러앉아 엄마한테 다 떠넘기기나 하고 참 부끄럽습니다.
책<엄마라는 여자> 이야기 속 작가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볼 때 절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언제나 딸이 오면 반가워하시고 딸이 오면 주고싶은 것도 많으시고,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일일이 챙겨주시는 모습이 우리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문득 제 딸에게 저도 그런 엄마가 되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만큼 엄마가 된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엄마라는 존재도 참으로 대단해 보이고요.
작가님의 엄마는 참으로 귀여우신 분입니다. 사실 저도 요즘에서야 우리엄마가 귀엽다는걸 느낍니다. 딸도 시집보내시고 아들도 지방에서 일하고 있으니 혼자만의 시간, 여유가 생기신 요즘엔 책도 읽으시고 친구들과 영화도 보러 다니신답니다. 그리고 꼭 저에게 이야기해주십니다.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드리면 더 신이 나셔서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패션에도 관심이 생기셔서 가방도 사시고 옷도 사시고 그리고 꼭 제게 자랑하시는데 그 모습이 아이같아 참 귀엽습니다.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제가 엄마가 되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우신 분이 자식 뒤치닥거리, 남편 뒤치닥거리한다고 저렇게 늙어버리셨구나 싶은게 괜시리 맘이 짠해집니다.
책속 일러스트에도 이런 사연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좋았던건 너무 감성을 자극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눈물 줄줄 흘리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엄마라는 이야기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담담하면서도 소소한 웃음을 전해주는 그점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맞아~ 우리엄마도 그런데 ㅎㅎㅎ"이렇게 웃으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그 속에 엄마를 향한 짠한 사랑도 놓치지않고 있어 더더욱 좋았고요.
<아빠라는 남자>를 다 읽고 난뒤 아빠 목소리가 그리웠듯이 <엄마라는 여자>를 다 읽고 나니 또 엄마가 몹시 그리워지더라구요.
엄마한테 전화드렸습니다. 그리고 "엄마 사랑해~"라고 애교 한번 부려드렸더니 울 엄마 말씀. " 너 어디 아프니?" ㅎㅎㅎ 애교도 부리던 사람이 부려야 하나 봅니다. ㅎㅎㅎ
표지만큼이나 따뜻했던 책 <엄마라는 여자>, 요즘같은 추운겨울과 무척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돌이켜보면 엄마는
우리 가족 모두의 응석을 맏아주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인했던 엄마의 등은 그렇게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