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표현이 서툴렀던 그 분,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항상 아빠보다 엄마가 먼저였습니다. 아빠는 뭐랄까 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였습니다. 아빠는 직업군인이셨는데요. 명령체계에 익숙하셨던 분인지라 집에서도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두 따라해야 한다고 여기셨습니다. 아빠한테 대들었다가 맞기도 참 많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십남매의 막내로 태어나셨기에 참 못먹고 자라셨답니다. 그래서인지 음식 욕심이 많으셨습니다. 초등학교때였나요. 온가족이 앉아 회를 먹고 있었답니다. 그때 회가 두점 정도 남아있었나봅니다. 먹으려고 손을 내미는데 아빠가 손을 탁 치시더니 "내가 먹어야된다. 저리가."그러시더라구요. 어린맘에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리고 외식을 하러 가면 꼭 자신이 드시고 싶으신 것만 드시러가셔야합니다. 외식은 양념갈비집, 순대국밥집 말고는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피자, 햄버거는 그림의 떡이였습니다. 그래서 어렸을땐 다른친구 아빠가 어찌나 부럽던지요. 아빠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었답니다.

 

아빠는 단순한 듯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가까이 있어도 터무니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딸에게 허물없이 대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엄마를 통해 전달하는 아빠,

자식들에게 관심받고 싶은 마음을 늘 에둘러 표현하는 아빠,

애정 표현을 이상한 방식으로 해서 오해를 사기도 하는 아빠.

그런 아빠를 볼 때면 때로 연민의 감정이 샘솟기도 한다.- page 7

 

 <아빠라는 남자>속에 나오는 아빠도 저희 아빠와 비슷하십니다. 특히 외식의 선택권한, TV채널 선택권 등등 아빠만이 누리셨던 특권들, 읽으면서도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음악프로그램, 쇼프로그램만 보고 있으면 옆에 앉으셔서 "이런건 하나도 도움안된다. 다큐멘터리를 보아야 한다."라며 강조하셨던 작가 아빠의 모습에서 저희 아빠가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빠들은 의외로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한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빠의 많은 행동들이 애정표현이였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답니다. '아빠는 도대체 왜그런거야?'라며 투덜거리기만 했더랬죠. 괜히 옆에서 이것저것 투덜거리던 아빠,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 지 몰라 그러셨다는 것을, 아빠가 잘하신 일이 있을때 가족들의 칭찬을 받고 싶어 삥둘어 이야기하시던 아빠의 모습, 지금은 알수 있습니다. 작가의 아빠도 그런 분이십니다. 어쩜 세상의 아빠들은 전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면 예전처럼 권위주이적이거나 꽉막힌 모습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날 사랑하고 걱정해주시는 아빠의 모습, 또는 아이같은 아빠의 모습등등, 아빠도 참으로 많은 매력을 지니신 분이시라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도 아빠의 새로운 모습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한살 더 먹어서 그런것일 수도 있고 제가 아이의 엄마가 되서 부모의 마음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빠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읽고 덮은 순간 아빠에게 전화 한통 드렸습니다. 아빠가 "어이~ 우리딸~ 왠일이야~."라며 반갑게 전화를 받으십니다. 애교없은 딸은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 대신 "그냥 아빠 뭐하나 궁금해서."라고만 에둘러 표현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쁘게만 보였던 책 표지가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좀 차갑게 보이는 파란띠지, 그런데 파란 띠지를 벗겨내면 그 속엔 자수로 " fater"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왠지 그 파란털 글자가 엄청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들의 아빠도 그렇지 않나요. 겉은 차갑고 딱딱해보이지만 속은 부드럽고 따뜻한.

 

 <아빠라는 남자>는 100페이지가 조금 넘습니다. 그 안에 담긴 아빠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짧고 강하다고 해야할까요. 책 속 일러스트들까지 아기자기하게 재미있습니다. <아빠라는 남자>는 추운 겨울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책이였습니다. 전 이런 책 너무 좋아요~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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