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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길, 바라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재희, 당신은 선택해야만 해요.
불꽃같지만 짧은 인생......
무미건조하지만 긴 인생......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요?
아니, 어느 쪽이 덜 불행할까요?"
잠시 생각 끝에 재희가 넌지시 되물었다.
"저......둘 다는 안 되나요? 불꽃같지만 긴 인생......"
"선택은 둘 중 하나만 가능해요."
당신이라면 어떤 인생을 선택하시겠어요? 전 불꽃같지만 짧은 인생을 선택했어요. 이왕 사는 인생 좀 화끈하게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니 더 좋은 대답이 나오더군요. 아...난 왜 그생각을 못했을까요?
소설속엔 질문에대한 답에 얽매여 점점 무력해지던 여자 재희가 등장합니다. 재희는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그리곤 정체모를 목소리의 이끌림으로 아름답고 유능한 변호사 이민아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빙의! 정말 매력적인 소재죠! 한 몸을 공유하는 두 영혼! 그리고 그 몸을 차지하고픈 재희의욕망! 첫장을 넘기는 그 순간부터 끝까지 뒷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속도감은 최고였어요.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반나절이채 안되는 시간에 다 읽어버렸으니까요.

아름답지만 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여자 이민아, 못생긴외모로 뮤지컬배우를 꿈꾸다 어이없게 죽고 마는 윤재희,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남자 건우! 책소개로만 보자면 좀 흔한 캐릭터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흔한 캐릭터들을 작가가 아주 재미있게 재탄생시켰습니다. 특히 남자 캐릭터 건우는 은근 매력적이기까지 합니다.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더라니까요. 소재나 캐릭터들을 보자면 아무래도 이 소설은 남자분들보다 여자분들에게 더 매력적인 작품인 듯 합니다.
살짝 아쉬웠던건 중간쯤에서 이민아의 어두운비밀을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좀 일찍 내용을 대충 추측가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뭐랄까 전형적인 한국소설이라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전부가 피해자였고 가해자가 되는 순간, 그리고 결국엔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는 스토리까지.... 좀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을 원하셨다면 살짝 아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 가상캐스팅까지 해보았답니다. 재희역엔 조정린, 민아역에 서우, 건우역에 공유씨~ 음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더 재미있겠네요. 심심한 밤에 요런 소설한편 어떠세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단 나한테 알려주진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