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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파란눈의 소녀가 누워있는 아름다운 표지와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에 확 사로잡혀 읽기 시작한 소설 [일곱번째 내가 죽던 날]은 너무 큰 기대때문이였을까 내게 살짝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샘은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룹에 속해 있는 소위 '잘나가는 여자애'다. 모두가 그애의 패션을 따라하고 남자애들은 한번 그애와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그런애 말이다. 그날도 여느때와 크게 다를게 없는 평범한 날이였다. 샘은 린지와 땡땡이도 치고 파티도 가고 줄리엣을 놀림거리로 삼기도 하며 즐거운 날을 보내는 듯 했던 그날 밤,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눈을 떴을땐 다시 자신의 마지막 날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생의 마지막 날을 반복해 살고 또 살아간다.
처음에 읽었을땐 린제이 로한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10대 하이틴 소설같았다. 그러다 샘과 그녀의 친구들이 죽고, 샘이 다시 자신의 마지막날을 맞이했을땐 왠지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옛날 영화가 떠올랐다. 좀 식상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어쨌든 일곱번이나 같은 날을 맞이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샘의 심리는 잘 묘사되어 있는 듯 하다.
- 매일 보는 사람들이고, 당연히 그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같은 사람들, 같은 사건 주위에서 빙글빙글 맴돌며 점점 가까이 다가가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있는 것 같은 유쾌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내가 거대한 거미줄에 걸려서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다른 사람마저 거미줄에 얽히게 만들어, 결국 우리 모두가 같은 거미줄에서 버둥거리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라는 것
-상황을 바꾸는 게 얼나마 쉬운지, 항상 가는 길을 가다가 중간에 새로운 길을 택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생각하니 놀라울 정도였다. 한발만 잘못 가도, 잠깐 머뭇거리기만 해도, 한 번만 우회해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안 좋은 평판을 얻거나 남자친구가 생기거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된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걸 볼 능력도 없었다. 이상한 애기가 되겠지만, 이 모든 수많은 가능성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1분 1초가, 각기 다른 순간들 수천 개가 합쳐져 이루어진 것처럼
-잘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처음엔 어리둥절, 그 다음엔 공포, 약간의 흥미 그리고 다시 분노, 체념, 마지막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으로 바뀌는 그녀의 심리는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10대일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누군가를 그져 심심풀이 땅콩삼아 놀렸던 일 하나하나가 그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깨닫는 샘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그녀는 죽음을 계기로, 반복되는 삶 속에서 성장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또 다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일곱번째 죽음이 마지막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작가는 열린 결말을 통해 우리 스스로 생각하게 해주었다. 참고로 난 또 그 열린 결말이 맘에 안든다. 샘이 교통사고로 쓰러졌지만 다시 눈을 떴을땐 병실이고 드디어 다음날을 맞이했다라는 엔딩을 기대했던 나는 마지막을 읽고 좀 허무했다. 어쩜 샘은 또 여덞번째, 아홉번째 죽음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이모든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자살을 하는 결말도 나올 수 있겠지.... 어쨌든, 흔한 소재를 작가의 색깔로 완벽하게 재구성하지 못한 거 같아 아쉽고, 또 열린결말이라는 설정이 아쉬웠던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은 나에겐 그렇게 또하나의 아쉬움 가득한 소설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