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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온 365장의 편지 - 애뽈의 사계절 일일달력
애뽈(주소진) 지음 / 그림숲 / 2025년 11월
평점 :

애뽈 작가님의 『숲에서 온 365장의 편지』를 선물받았다.
매일 아침, 일력을 펼치는 그 짧은 순간이 이렇게 설렘이 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이 일력을 통해 처음 애뽈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데, 부드럽고 따스한 그림체가 내 취향을 정확히 찌르면서 순식간에 팬이 되어버렸다.
일력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온도가 그대로 배어 있다.
봄은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듯한 부드러운 풍경,
여름은 초록빛이 시원하게 흔들리는 청량한 장면,
가을은 아련하고 감성적인 색감,
겨울은 새하얀 눈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귀여운 루돌프까지.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와 속도, 그리고 그 계절이 가진 이야기가 그림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각 달마다 등장하는 ‘나무와 꽃’의 테마였다.
나는 원래 꽃을 더 좋아하고, 나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일력을 보면서 처음 만난 남천나무, 든든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 주제로 삼기 어려울 것 같던 억새까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의 요소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예쁜 꽃만이 아닌 ‘나무’로 한 달을 구성했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고, 작가님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유독 좋아하는 꽃이 등장하는 달이 있으면, 그 달이 더 반짝이고 설렌다.
가령 4월의 민들레.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살짝 들춰봤는데, 노란 민들레 위로 봄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문득, 그렇게 민들레를 만나는 내년 4월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상상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작은 그림 한 장이 미래의 하루를 기다리게 만드는 경험이 새삼 신기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 하루를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렸을까?”라는 생각이 스며든다.
글과 그림을 한 장 안에 담아야 하는 일력은 단순한 삽화나 메모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결과 시간의 층위를 매일 받아보는 일 같다.
그래서인지 그림 아래 한 줄의 글도 더 깊게 다가오고, 그 안에 담긴 온기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계절이 또렷하게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풍경을 일력으로 매일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감사하다.
날씨가 바뀌듯, 내 마음도 매일 조금씩 다른 톤을 띠는데 그 흐름을 그림으로 받아내는 느낌이랄까.
이제 12월이 되었다.
일력 속에서도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페이지에 쌓인 눈만 봐도 겨울 공기가 느껴진다.
이 일력 덕분에 내 하루는 이전보다 더 다정해졌고, 조금 더 기대할 만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절도, 앞으로의 나도 괜히 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