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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시대 -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조남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목적주의의 허상을 버리고 충만주의로 지금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라.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이 책의 메시지다.
이거 완전 명상 책 아닌가. 위빠사나 명상에서 말하는 개념과 실재, 바로 그것이다. {목적주의 = 개념, 충만주의 = 실재}이다. 명상은 우리가 살면서 오랫동안 길들여져온 개념에서 벗어나 실재를 보고 직접 경험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 충만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말했다. 경험의 종류를 가리지 말라고.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경험이 구분되는 게 아니라고. 정말로 충만한 삶,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삶을 살려면 경험의 종류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위빠사나 명상을 하면 모든 경험의 질이 똑같이 좋아진다.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된다. 과정에서 행복감, 충만감을 느끼니 목적이라는 허상을 좇을 필요가 없어진다.
책에서 말하는 집중, 몰두, 몰입, 현존 등의 단어는 명상에서 말하는 알아차림과 거의 같은 의미다. 알아차림 또는 마음챙김(mindfulness)은 사실 한 가지 대상에 좁게 몰입하는 집중보다 더 넓고 높은 단계이나, 어쨌든 알아차림에도 집중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크게 말해 이 책에서 말하는 집중을 명상적 알아차림에 포함시켜도 무방해 보인다(저자가 명상 전문가는 아니니까). 내 예측으로 향후 저자는 명상을 더욱 깊이 파고들 것이다.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대상이든 알아차리는 알아차림 명상, 마음챙김 명상, 통찰 명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명상의 발전 단계가 원래 그러하다.
어쨌거나 책에 소개한 복잡한 이론도 좋지만 그냥 명상하면 된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지 않았나, 선실천 후개입이라고. 그럼에도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이만큼의 깨달음에 이른 저자가 고맙다. 깨달음에 이른 저자의 방법은 명상과는 조금 다른 경로를 거쳤지만 거의 같은 경지에 이른 것을 보면, 진리는 둘이 아니고 서로 통하는 면이 있는 게 분명하다. 어디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사족: 본문 종이가 너무 두껍다. 책값 비싸 보이지 않으려고 책두께가 어느 정도 나오는 두꺼운 종이를 쓴 것 같다. 책을 직접 만들어본 사람은 속사정을 안다. 그러나 내용이 좋으면 책이 얇아도 비싸다고 여기지 않으니 출판사에서는 안심해도 좋다. 다만, 개인 취향으로 이 종이의 냄새는 별로다.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