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 - 루쉰의 소설 마리 아카데미 2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루쉰. 그의 본명은 저우 수런. 1881년 저장성 사오싱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다.
할아버지의 투옥과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양의 신문물을 공부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 의학 전문학원에서 의학을 배웠지만 한 중국인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그저 구경하는 중국인들을 보며 국민성의 개조를 위해서는 문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도쿄에서 잡지신생의 창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다.
19185. 중국 최초의 현대 소설 광인일기를 발표한다. 그는 문학가. 사상가, 혁명가라고 일컬어지며, 19361019일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첫 번째. 외침에는, 루쉰의 첫 번째 소설집 14편 중, 광인일기. 쿵 이지. 고향. 아큐정전. 4편이 저서가 들어있다. 이 작품들은 진시황 이후 2천 년 넘게 이어온 봉건 왕조가 역사에서 사라지고 중국의 미래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에 빠져있을 때 쓴 소설이며, 광인일기는 그의 서른여덟 살에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이 작품들은 신해혁명 이후 모든 것이 혼돈에 빠져 앞날을 예측할 수 없었던 광란의 시대에 대한 좌절과 절망 등이 소재로 쓰였다.

그는 "참된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중략-사람을 잡아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36P)”고 말하며 피해 망상증에 걸린 친구의 이야기를 쓴
-광인일기.-

과거 급제를 못해 생계를 꾸리지 못하고  결국은 밥을 빌어먹는 신세가 된  쿵 이지. 그러나 그는  군자는 본래 곤궁한 법”이라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인물이다. 결국은 딩 거인의 집을 털러 갔다가 맞아서 다리가 부러졌고, 책상다리를 한 채 바닥에 거적을 깔고 새끼줄로 어깨에 걸고 다녔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다만 술집 주인은 그의 외상이 열아홉 푼이 남은 것에만 관심이 있다.-쿵이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쉰'  30년 전 친하게 지내던 고향에 남아있던 ‘룬트’와 만난다. 내가 모르는 신기한 일들을 많이 가르쳐주던 그 형은 이미 초라한 모습에 두터운 장벽이 생기고 그는 공손한 태도로 나으리...’라고 나(쉰)에게 말한다.
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그는 여전히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데, 어느 세월에나 거기서 벗어나게 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도 내 스스로 만들어 낸 우상이 아닐까? 다만 그의 소망은 가까운 것이고, 내 소망은 아득히 먼 것일 뿐.-중략-생각해보니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이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62P)”-
고향-
    

이름과 본적은 물론이고 그가 살아온 내력조차 분명치 않은, 사람들에게 그저 일을 시키거나 놀려먹는 대상인
'아큐'. 그러나 그는 자존심이 아주 강했다. 그는 놀림을 당할 때마다 정신 승리법을 이용한다. 누구한테 따귀를 맞으면, ‘때린 것은 자기이고, 맞은 것은 또 다른 자기인 듯, 그래서 마치 자기가 남을 때린 듯, 흡족해져 의기양양해한다.
그는 패악질을 일삼는 혁명당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못했다. 그러나 억울하게도 혁명당이란 누명을 쓰고 총살당한다.
사람이 한세상 살아가다 보면 때로 목이 잘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중략-사람이 한세상 살아가다 보면 어떤 때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조리돌림을 당할 수도 있는 거라고 여겼을 테니.(129P)
그가 그렇게 오래도록 거리를 끌려다니면서도 끝내 노래 한 구절 뽑지 못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다만 그의 노래를 듣지 못함을 아쉬워할 뿐이었다.-
아큐정전-

 

1924년에서 1925년까지의 소설들로 엮여진 방황19268월 베이징에서 펴낸 것으로 이 시기 암담했던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인 불운 속에서 써낸 11편의 소설 중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 2편이 실려있다.

상린 댁은 남편을 잃고 엄격한 시어머니에게서 도망쳐 나와 넷째 아주머니 집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다. 성실하고 힘이 센 그녀는 어느 날 시어머니와 시동생에게 끌려간다. 그는 그동안 일해서 모은 돈을 모두 다 뺏기고 다시 모르는 남자에게 예단비 80관에 시집 보내어진다. 그러나 또 남편은 죽고 아이는 늑대한데 물려간다. 더 큰 심신의 상처를 안고 다시 홀로되어 넷째 아주머니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젠 늙고 힘없어 환영받지 못한다. 그 마을에 복을 비는 제사가 치러 지던 날 샹린 댁은 토지 묘에 문지방을 기증하고 굶어 죽는다.
그러나 샹린 댁의 죽음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다 다만 넷째 아저씨의 푸념만 있을 뿐이다.
하필이면 이렇게 때를 맞춰서. 이것만 봐도 정말 못된 종자야!”-
복을 비는 제사-

 

마지막 소설집 새로 엮은 옛이야기8편 중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鑄劍. 2편이 자서 와 함께 실려있다. 이때는 1926년부터 1936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엄혹한 시기에 쓴 작품으로 소재가 중국의 창세 신화, 고대 인물들에 대한 일화 등, 옛날이야기를 가볍게 그려 낸 것 같지만 현대 인물들과 중첩되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 될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도 당대 소외받는 하층민들의 이야기. 그들의 외침. 방황을 그리며 당시의 <국민을, 도덕을, 종교를, 정치를, 풍속을, 학예>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시대의 병폐를 지적하고 민중을 계몽하는 도구로서의 소설을 남김으로써 문학가, 사상가, 혁명가의 크나큰 역할을 다 해냈다.
청대 말기의 소설이 그렇듯 민중을 계몽하는 하나의 수단에 속하는 그의 작품은 작자의 사심이나 주관적인 잣대로 창작된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를 아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려냈다고 평한다.

19세기 중국의 상황이지만  21세기인 지금에도 하층민은 있고  소외계층은 있다. 그들의 외침을  귀 기울이고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과연 이 시대라고 해서 몇이나 될까?
그들의 방황을  붙잡아줄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목에 핏줄을 세우고 외치는 소설이, 문학이, 사상가가, 혁명가가, 얼마나 더  많아야 세상은 천국이 될까?
역시 천국이란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는 걸까?
나 부터도 '내 코가 석자'다.    온 누리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엔 아직도 어둡다.
    

  

 

한 나라의 국민을 새롭게 하려면 먼저 그 나라의 소설을 새롭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도덕을 새롭게 하려면 반드시 소설을 새롭게 해야 하며, 종교를 새롭게 하려면 반드시 소설을 새롭게 해야 하며, 정치를 새롭게 하려면 반드시 소설을 새롭게 해야 하며, 풍속을 새롭게 하려면 반드시 소설을 새롭게 해야 하며, 학예를 새롭게 하려면 반드시 소설을 새롭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설은 불가사의한 힘이 있어 사람의 도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량치차오,「소설과 정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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