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양장, 조선시대 삽화수록 에디션)
존 번연 지음, 김준근 그림,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황폐한 광야 지대를 두루 다니다가 어떤 곳에 이르니 거기에는 굴이 있었다. 나는 그 굴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한 남자를 보았는데, 그는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집에서 떨러진 어떤 장소에 서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있던 그는 이윽고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슬픈 목소리로 “어찌할까?”라고 울부짖었다.(33p)

성경은 접혀진 텍스트라고 했다. 이 책도 역시 은유다. 즉 비유문학이다.
이 책의 화자(話者)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꿈속에서  순례자 크리스천을 본다.  크리스천은  성경을 통해서  , 스스로의 죄를 깨닫고, 구원을 향해  성화되어 마침내 천국에 이른다.
순례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지역 이름은 관념적인 명사들이다. 

좁은 문을 지나 아름다움이란 궁전에 도착하고 겸손의 골짜기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 믿음과 만난다. 허영의 시장에서 소망을 만나고 절망 거인에 잡히기도 한지만 기쁨의 산에서 선한 목자들을 만나고 천성에 들어간다
 
여기에서 천성, 천국이라고 하면 형이상학적인 이상의 나라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천국'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17:20-21)

 

마음의 천국을 이루기 위해서도 인간은 무수히  많은 자기속의 죄와 싸워야 한다. 동시에 세상유혹에도 맞서 승리 해야만 한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은혜' 라고 한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의  죄를 깨달음으로  회개하고 주님의 은총을 힘 입어야만  구원에 이른다고 한다. 결코 우리의 행위, 노력만으로는 할 수없다고 한다.
바로 
이신칭의 [以信稱義]를 말한다.

 

 

 

그 순례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도시들. 이를 태면,
고집쟁이, 유순이, 욕망, 아볼루온, 바람둥이, 기만, 오만, 자만, 세상 영광, 수치 허영, 시기, 사치, 음란, 증오, 허례, 위선…… . 여기서 언급되는 수많은 것들은 인간의 속에서 나오는 죄의 속성들이다.
먼지, 방비, , 불길, 기름, , 무덤…… 등은 인간의 원죄, 율법, 복음, 은혜, , 무저갱 등의 비유다.
인내, 믿음, 겸손, 소망, 경건, 분별, 자애, 자기 구원…… 등은 구원의 조건들이다. 

현대 한글로 번역된 천로역정은 김준근 화백이 그린 텬로력뎡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화풍으로 그려진 42점의 삽도 들 과 그것들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 있어서 마치 원본을 보는 듯한 즐거움도 선사한다. 그래서 삽화만으로도 대충 소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수치 :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 세상의 모든 쾌락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163p)

사심 : 항상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사용해 이익을 얻었다는 것뿐입니다.(213p)

사심 :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비를 주시고 때로는 햇빛이 환히 빛나는 청명한 날을 주시는데, 그들이 비록 역경에도 순례길을 강행하는 바보들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지혜롭게 기다렸다가 청명한 날을 택하여 행동하면서 만족을 얻도록합니다. 제 생각에는 하나님의 선하신 축복이 확실히 보장되는 종교가 제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푸시고 허락해 주셨으니 우리로 하여금 베푸신 것들을 잘 보존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닐까요?(217p)

믿음이 없는 자들, 즉 수치라는 사람과, 사심이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변명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마치 나를 향해 던지는 하나님의 경고를 듣는 듯해서  뜨거운 내면 성찰을 하게 된다. 
과연 성경의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의 자리를 차지할 만한 책이다.

책의 디자인도 특이하고 매력 있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조선시대의 고책을 대하는듯한 느낌이다. 표지도 한지로 제작되었고 색상, 편집까지 고서를 닮았다. 책을 읽는 내내 손에 닿는  특별한 한지의  느낌에 빠지면서 마치 내가 옛날 어느 고귀한 마님이 된듯한  호사스러움에 빠질 수 있었다.  그래서 가격을 다시 봤다. 비쌀까? 허나 가격은 14,400원. 극히 일반적이다.
디자인  편집 면에서도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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