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일단은 재미있다. 요즘 말하는 <웃픈이야기>다.
작가의 능청스러운 유머는 전혀 재미없는, 슬픈 이야기를 가지고도 독자를 웃게 만든다.
장난기를 잔뜩 묻힌 채 상상의 갈래를 뻗쳐나가며 뺀질대는 모습‘. 그것이 1인칭 화자의 모습이며, 바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스물여덟살에 전업 작가가 되었던 화자 크리에그 데이비드슨은 첫 단편집으로 성공 하였으나 그 다음 2년뒤 두 번째 장편소설을 냈지만 읽히지 않았고 크리에그는 좌절한다.
그때 우편함에서 스쿨버스 운전사 급구!’라는 전단지를 발견하고 그는 스쿨버스 운전사가 된다. <차량번호3077번, 412번 노선, 노란 미니버스운전사> 바로 장애학생들을 등,하교 시켜주는 버스의 운전사(대개의 사람들이 기피하는)가 된 것이다.
특수아동 여섯 명. 휠체어 타는 아이 하나, 걷는 아이 다섯.(고등학생이 네명, 중학생이 두명)
이들과 1년 동안의 좌충우돌, 희비애락의 생활이 시작된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한 스쿨버스 운전사, 그러나  아이들과의 1년은 그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엉뚱한 상상과 앞뒤가 맞지 않는 수다스런 아이들의 이야기에도 기꺼이 반응 해 주며 아이들과의 생활은 이제 그의 행복이 된다.
작가를 꿈꾸는 뇌성마비를 가진 제이크와 기억력이 좋은 빈센트는 언제나 즐거운 상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그에게 크레이그는 말한다.

 

우리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 아닐까?(171p)

가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야기를 하라(172p)

 

 

 

취약 X증후군, 자폐아, 뇌성마비...... 그는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또 노란 버스를 보고 비웃고, 아이들을 무시하는 일진계 아이들을  혼내준다. 또 그 일진의 아버지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등,  아이들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 무모하리만치 용감함을 발휘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아슬아슬하고도 애잔한 감동에 빠지게 된다.

그는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우고, 세그러면서 상을 배우고,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제이크에게 친절했다. 식당 웨이트리스, 극장 안내원, 상점 점원은 제이크를 보면 번번이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느냐고 묻곤 했다(제이크가 의사 표현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지 내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불쌍해서 잘해주는 듯한 태도는 제이크에게 상처를 주었다. 쇼핑몰에 가면 접촉성 전염병도 아닌데 제이크의 휠체어를 보고 멀리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제이크와 눈을 못 맞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이크를 감싼 섬뜩한 그림자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것일까?(224p)

장애인과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동정심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불운에 안쓰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에는 우리가 누리는 알량한 행운에 대한 죄책감도 묻어 있다.(226p)

화학적으로 말해 우리는 다 똑같은 존재다. 모든 생물은 수소에서 출발한다. -중략- 우리 버스 아이들의 차이는 크지 않다. DNA 결함은 전자 현미경을 10만 배율로 높여도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다. 변이된 원자 한 다발뿐이다. 정말 작은 결함이다. 하지만 그 결함을 중심으로 몸이 만들어지고 아이의 삶과 그 가족의 삶도 달아진다.
제이크의 몸은...... 한 번 숨을 들이마시지 못한 결과였다. 제이크 엄마의 폐가 계속 숨을 쉬어 아들에게 전해줬더라면, 혈액에서 만들어진 산소가 탯줄로 들어갔더라면, 엄마의 혈관이 수축되지 않었더라면, 이산화탄소 수치가 치솟아 아직 양수에 있던 제이크의 폐가 반사적으로 팽창했더라면...... 몇 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제이크는 그냥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아이였을 것이다 자라면서 살이 붙고 지금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중략- 제이크의 숙명을 가른 시간은 대체 몇 초였을까? 3초? 5초?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찰나의 순간이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누가 알겠는가? 생각할 가치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한다. 잇몸이 쑤시고 머리가 지끈거릴 때까지 그 가능성을 고민한다. 내게 내려온 생명선과 다른 생명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280p)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 그렇지 않은가? 태어날 때는 아니었다 해도 나이가 들거나 상황이 바뀌며 불완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가 불완전하기에 더욱 깊이 사랑에 빠진다. -중략-
100퍼센트의 행복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기쁨은 분명 존재한다.(3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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