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 가장 느린 것들이 가장 오래 빛난다
이유리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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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느린 것들이 가장 오래 빛난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늘 정답을 찾아 헤맨다.

삶은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삶인가?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사는 걸까?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누군가 말했다. 삶에 정답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자연을 보라'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유리는 '식물의 삶과 죽음에 대해 논하라'는 과제를 붙들고 연구하는 동안 인간의 삶에 대한 답을 찾는다.

식물은 말이 없어도 길을 내고 답을 얻고, 함께 살아간다.

식물에게 우리는 다시 묻고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

생명, 살아있음이란 뭔가?

대표적인 표현으로 '활성'이다. '활성 있어야 생명이다'

그러나 식물은 일부 세포에 분열 능력만 남아 있어도, 새로운 개체로 다시 자라날 수 있다.

수분을 잃고 긴 겨울을 버티는 식물, 수십수백 년 동안 발아의 순간을 기다리는 씨앗, 죽은 줄 알았던 나무 밑둥치, 거기에서 가지가 하나 솟아오르고, 거기서 또다시 성장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삶이란

<깨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죽음은 단지 잠시 멈춘 침묵일지도 모른다.>

식물도 움직이고 걷고, 느끼고, 듣고, 소리 내어 대화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예민하고 다양한 감각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서로 배려하고, 서로 돕고, 개체 수를 조절하는 등, 생태계 안에서 능동적 설계를 한다.

이 정도면 식물이 아니라 <녹색 동물>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76- 그날 처음 알았다. 모든 꽃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는 걸. 그리고 모든 아름다움이 눈에 띄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걸.

85- 식물의 봄은 저마다 다른 시간에 시작된다.

89- 너의 봄은 이제 시작이야.

95- 뾰족해 보여도 늘 프르고 향을 오래 남기는 솔잎처럼, 저마다의 삶 또한 그 자체로 빛날 수 있음을 잊지 않기를.

101- 잡초는 아직 이름 불리지 않은 꽃이다. 버려져야 할 것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이다. -중략-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흙 속 뿌리처럼, 들판의 잡초처럼, 눈에 뜨지 않는 존재들이다. 흙, 벌, 잡초 그리고 이름 없이 쌓이는 수많은 작은 노동과 직업이 그렇다.

109- 자연은 말하지 않는다. 어느 것이 옳은지, 무엇이 정상인지, 그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서로의 삶을 이어갈 뿐이다.

184- 멈춤은 후퇴가 아니라 다음 계절을 위한 전략인 셈이다.

235- 어쩌면 우리가 더 배워야 할 것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말하지 않고도 마음을 전하는 비언어적 소통의 감각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건 어쩌면 필연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내가 살아온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회의가 오기도 하는 시점에서 그야말로 '시의적절'하게 만났으니 말이다.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내가 처음에 질문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자연은 말하지 않는다. 어느 것이 옳은지, 무엇이 정상인지, 그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서로의 삶을 이어갈 뿐이다. -109-

그냥 살아가는 것.

산다는 것은 실존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걸까, 아니면 회의론자들의 주장처럼 본질적인 의미가 없는 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허무주의자들의 주장인 "삶에는 절대적인 가치나 목적은 환상이다" 쪽에 손을 들고 싶다.

코나투스(Conatus)라는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에 내재되어 있는 유전자인데 그로 인해 "모든 사물은 생겨난 대로 자신을 보존하려 노력한다."라고 '바루흐 스피노자 '는 말했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 존재의 이유라면 내게 주어진 배역에 그리 억울할 것도 없고, 그리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

내 안의 코나투스는 말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식물들처럼, 오늘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라'고

이 책은,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나침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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