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일요일시집 5
성은주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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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는 불안이 피어 올린 꽃이다"라고 이 시집을 해설한 류신(문학평론가)은 적는다.

이 시집에 시종일관 흐르고 있는 이미지,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그녀의 불안은 뭘까?

시인은 분명한 진의 드러내기를 거부한다. 어머니의 부재? 인성화된 초자아인 죽음에 대한 공포? 시인으로서 영향에 대한 불안? 아니면 인간 존재에 대한 보편적인 불안?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다다라 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누구나 자기 색깔의 불안은 안고 산다.

내가 보는 그의 그림은 추상화다.

마음으로, 느낌으로 보아야 할 한 폭의 이미지.

그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식은 '전위 작가' 또는 ' 초 현실주의적 이미지를 그려내는 시인' 이 적당할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이해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지각의 대상이다."라는 해설가의 말대로 그의 시는 이미지로 읽어야 한다.

"시인은 기성의 세계를 읽는 고정된, 습관화된, 타성에 젖은 인식의 패러다임을 일 거에 깨부수고 미답의 영역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p.173"

시인의 시 세계가 가장 잘 나타난 시가 바로 <창>이다.

창문을 읽다가

깨진 조각으로 글씨를 썼다

흙에서 피가 났다

붉은 웃음처럼

번지는 방향이 더없이 좋았다

떠나고 싶을 때

돌멩이라고 적고

투명한 페이지를 뜯어낸다

흰 척추는 구부러지지 않고

그냥 깨질 뿐이다

뽀족한 단어가 걸어 나온다

내 옆구리에

마침표 같은 구멍이 생겼다. -창. 전문 /성은주-



이 시집의 제목이 된 <창>에는 복합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그것은 바로 시인이 직접 그렸다고 하는 그림과 함께 그의 시론이 된다.

  1. 풍경을 바라보는 창 (눈 )

  2. 시를 노래하는 창 (음표)

  3. 독자의 마음을 찌르는 창 (속눈썹)

  4. 눈동자인 창(눈동자)

  5. 12년 동안 마음에 생긴 커다란 구멍(창)

  6. 그리고 검은 눈동자는 이 시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낮달>을 의미하는 반달로 표현했다고 한다.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독이며, 아픔이며, 불안이다.

우리도 누구나 시인의 고뇌를 경험하며 산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그 크기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단지 숨겨두고 풀어내지 않는 것뿐이리라

성은주 시인은 그것을 다스릴 줄 안다. 그리고 그것을 시적 이미지로 승화 시킨다. 해서 같은 아픔을 앓는 사람들이 그의 시를 만나면 살며시 손을 잡고 서로 토닥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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