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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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문제들을 기이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기이한 사람들의 기묘한 이야기.

판타지!

1900년대 경성.

안국정 골목 상점가에 위치한 <오월 중개소>.

그곳은 미술품. 골동품을 사고파는 중개 상점이다.

사장은 본업이 배우인 경소 흠이고, 중개인은 보통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최두겸이다.

그에게 억울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달라고 찾아오는 기이한 존재들은

저승길을 마다한 혼령 고오, 그를 데리고 나타난 토지신, 불상의 목을 날려버린 담비 동자,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샘물

등이다.

그들은 모두 1900년대, 혼란의 시기에 인간들의 미신과 무지에 희생된 억울한 원혼들이다.

최두겸에게 신비한 능력을 주었던 것은 뱀, 치조다. 그 치조를 영물이 되게 한 존재는 또한 비구니다.

비구니는 신통력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신통력보다 더 컸던 것은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그가 태어나고 청춘을 보낸 시절은 인간을 사랑하기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악정과 전란, 전염병, 굶주림은 사람들에게서 추악한 모습을 끌어내곤 했다.

지장보살, 지옥으로 떨어지는 사자의 영혼을 모두 구제한 후에 스스로 부처가 될 것을 서원한 부처. 그는 불교에 귀의해 산 사람들의 지장보살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그 비구니가 산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 우물이고, 그 우물에서 다려가 귀를 잡아먹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 영물이며 뱀인 치조다.

두겸은 그 치조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고, 두겸은 그 능력을 가지고, 저승에 가지 못한 원귀들을 저승으로 보내주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봉사한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자 만든 그 우물이 오랜 시간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잡아먹는 수단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비구니의 혼은 인간에 대한 절망과 원망으로 썩어갔고, 원혼들은 자아를 잃었고, 영물 뱀은 괴물이 되었다.


어둠.

그러나 시대는 변해 가고 그 어둠들은 두겸과 각자의 노력으로 서서히 걷히는데, 그 어둠이 걷힌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남을지.

그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오늘의 어둠은 무엇인가? 과연 이 시대에는 그 어둠이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어둠을 거두기 위해 애썼던 비구니가 바로 오늘 이런 책을 쓰는 작가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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