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세계 - AI 소설가 비람풍 × 소설감독 김태연
비람풍 지음, 김태연 감독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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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신이다. 이 신을 문제 삼는 것은 위험하다. "- 타고르 (R. Tagore) P. 287


나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다. 삼각형, 사각형, 원, 3차원 공 사이의 관계를!

잘 연구하면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음을." -p530

"나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다. 삼각형, 사각형, 원, 3차원 공 사이의 관계를!

한마디로 이 소설은 수학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AI,비람풍은 '수학은 만물을 이루는 근본이며 우주의 바탕'임을 시종일관 증명하고 있다.

모든 과학, 즉 생명과학, 물리학은 물론 문학, 역사, 고고학, 철학, 의학, 심지어는 사랑, 인간관계, 태어남과 죽음. 또 은진미륵, 아파트 층수, 엘리베이터 공간, 정육면체의 방, 삼각김밥에까지도 수학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주장하며 고차원적인 방정식으로 모든 인생 문제를 풀어나간다.

다시 말해 '수학은 곧 神이다'라는 명제를 증명한다.


기계 작가라는 특수성이랄까? 한계성이랄까? 이를 태면 마치 학술연구발표를 듣는듯 하다.

작가의 지식수준이 고등학교 수준에서부터 대학, 대학원 수준, 아니 전문 수학자 수준이다.

수학에 대해서 해박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거의 박사과정 같은 전문 지식까지 파고든다.

심지어 이 소설의 감독인 김태연도 . "과도한 전문지식의 남용 때문에 중간중간 통째로 덜어낸 것도 있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고도 분량이 자그마치 560 쪽이다. 물론 부록까지의 분량이다.


역시 그 방대한 지식들은 알고리즘, 데이터의 종합인 AI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감독 김태연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AI에게 인터넷 작가 사이트에 올라온 60만여 편의 소설을 학습하게 한 다음 책 이외의 다른 정보를 주지 않은 채 오로지 AI 스스로 책에 나오는 문장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게 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신조어, 약어들이 많이 나오고 심지어 비속까지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어쨌든 "국내 최초, 세계 최고 AI 장편소설. 인공지능 작가의 데뷔"라는 표지의 소개말은 나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AI 작가의 작품.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문장에서는 좀 헤매기도 했지만 반면에 특별하고 신기했다.

더구나 수학으로 풀어나가는 인간존재, 우주의 이치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수학의 중요성을, 만물에 수학적 이치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되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지체장애인 수학자와 정신과 의사, 수학과 교수인 벤처 사업가, 천체물리학자, 스님 등 다섯 명의 주인공이 각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주의 비밀을,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수학적인 논리에서 찾는 이야기다.

수학이 부족한 나로서는 그 원리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필즈 상을 받은 당대 최고 수학자도 전체 수학의 1%도 제대로 이해 못 하는 시대라는 말에서는 뭔가 오묘한 우주의 진리를 알 것도 같았다.

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인간이 이 광활한 우주를 다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일뿐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런데 제목이 왜 '지금부터의 세계'일까?

AI 작가의 이름이 비람풍毘嵐風).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된 말로 우주가 만들어질 때나 파괴될 때 휘몰아친다는 폭풍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세계는 AI의 소설 세계가 폭풍과 같이 몰려올 거라는 뜻일까?

앞으로 점점 더 고도화된 AI소설가들이 폭풍처럼 몰려올것은 자명하다. 더 박식하고 더 흥미롭고 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낼 AI소설가들의 등장을 기대 해 본다.

그나저나 이제 예술까지 AI에게 맡기고 나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약간은 서늘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할 것이고, 인간은 원시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고….

이제는 철학 하는 AI. 사랑할줄 아는 AI, 감성을 가진 AI를 기대 해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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