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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평점 :
"전 세계를 울린 난민 아기의 죽음"
2015년 9월2일 터키 브드름의 해변에서 사망한채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의 모습이 찍힌 사진 한장은 전 세계를 울렸고,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난민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이로 유럽 전체의 난민 정책이 바뀌게 되었고 세계인의 부정적이던 난민에 대한 인식도 다소 바뀌게 된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죄도 없이 희생된 아기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말 해도 될까?
하지만 아직도 지구 한쪽에서는 테러와 전쟁이 계속되고 그로인한 죽음과 기아, 혼란은 여전히 많은 난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실화를 배경으로 어린 쿠르디의 죽음을 추모하는 아기 아버지의 입장에서 지어진 할레드 호세이니의 작품이다.
1965년에 태어난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으로 역시 정치적 망명을 경험한 의학 전공자이다. 『연을 쫓는 아이』『천개의 찬란한 태양』등으로 유명한 작가다.
고국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비극과 비참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의 삶을 세계에 알리고자 애쓰고 있으며 현재는 NGO활동과, '할레드호세이니재단' 설립으로 아프카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마르완,"으로 시작하는 아기아빠의 기도는 아들을 향한 독백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고향인 '홈스'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의 기억을 되새기며,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 떼를 너에게 보여 주고 싶어했던, 이미 이 세상에 있지않은 아기의 엄마를 기억하며, 아기도 그렇게 평범하고 곱고 평화롭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홈스'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고.
신선한 채소와 드레스, 화려한 장신구를 놓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곤 하던 시장. '키페' 튀기는 냄새가 나던 복잡한 거리, 엄마와 함께 시계탑 광장을 산책했던 평화롭고 활기차던 그날 저녁을 기억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시위가 일어났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탄들. 굶주림. 죽음. 달빛이 비치는 추운 바닷가에서 우는 아기들과,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기도하는 여인들과, 해가 뜨길 기다리면서도 해가 뜨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에리트레아와 시리아에서 온, 어디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환영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기도.
이런 것들은 기억 하지 말고 이제 아빠의 손을 잡으라고, 나쁜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아기를 달래며 아빠는 기도한다.
그 기도는 기어이 연기가 되어 날아가 버렸을까?
쿠르디는 세상을 떠났고, 4,176명의 난민이 더 안전한 세상을 찾아 바다를 건너던 중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 책속의 아기. '마르완'이 바로 터키 브드름의 해변에서 사망한 '쿠르디'다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에도 이들과 같은 처지의 난민들은 많았다. 그들이 자국을 떠나 난민으로 떠돌던 역사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안다. 그들 중에도 역시 이렇게 , 어쩌면 이국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얇은 50여쪽의 책이지만 이 속엔 세계의 역사가 있고, 난민 문제, 인권문제가 있다. 또 작가는 그에 따른 철학을, 문학을, 인간의 심리문제까지를 아우르는 깊은 사유를 제공 한다.
도서분류상 <동화>로 되어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시집>이라고 분류하고 싶다.
50쪽도 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그 함축성과 의미는 어떤 장편소설과도 맞먹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놓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언제가 되어야 이땅에 전쟁이 없어질까?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
많은 비극의 원인인 전쟁은 인간만이 하는 건가? 아니, 동물들도 생존본능 외에 영역다툼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아인 슈타인의 말대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인가?